연준, 또 파격 긴축 나섰지만..속도조절 고민 드러냈다(종합)

김정남 2022. 7. 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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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7월 FOMC서 75bp 금리 인상
파월 "큰 폭 금리 인상 이어질 수도"
"긴축 속도 늦출 수도" 동시에 언급
물가만 본다던 연준, '긴축 톤' 변화
연준, 물가·경기 함께 잡기 나섰지만
월가는 다소 부정적.."침체 불가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또 7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파격을 단행했다.

그러나 긴축을 대하는 톤은 다소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물가만 보겠다는 기조에서 경기까지 감안하겠다는 기조로 변한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언급은 물가 폭등은 잡되 경기 경착륙은 피하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다만 그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여서, 연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7일(현지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파월 “금리 인상 속도 늦출 수도”

연준은 26~27일(현지시간) 이틀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금리를 2.25~2.50%로 75bp 올리기로 했다. 5월 FOMC 당시 50bp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데 이어 6월과 7월 각각 75bp씩 큰 폭 인상한 것이다. 말 그대로 파격적인 긴축 조치다. 이날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번 자이언트스텝은 월가가 예상했던대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1%에 달했다. 1980년대 초에 준하는 ‘역대급’ 폭등이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한때 100bp 인상설까지 거론됐으나, 과도한 긴축에 따른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75bp 관측으로 굳어졌다.

연준은 정례회의 직후 통화정책 성명을 통해 그 배경을 드러냈다. 연준은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조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공급망 문제와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은 더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소비와 생산 관련 지표들이 약해졌다”고 전하면서 침체 우려를 동시에 보였다.

곧바로 등장한 파월 의장은 긴축 속도조절론을 암시했다. 그는 “다음 FOMC 회의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또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6월 CPI를 거론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빴다”고도 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통화정책 기조가 계속 긴축으로 가면서 누적되는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긴축 속도조절론을 언급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경기를 거론하면서 인상 속도조절을 암시할지 여부를 가장 눈여겨 봤는데, 이를 비교적 명확하게 답한 것이다. 그는 “몇몇 경제 활동들이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고 있다”고도 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침체 여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매우 강력한 노동시장 등 잘 돌아가는 경제 분야가 매우 많다”고 말했지만, 추후 통화정책을 펴는데 있어 물가 외에 경기를 감안하겠다는 점을 동시에 암시했다.

가르기 차우두리 블랙록 투자전략 헤드는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인해 성장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인식은 이전에 듣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외에 경기 고민 드러낸 연준

파월 의장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발언에 금융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62% 오른 4023.61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06% 오른 1만2032.42를 기록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기자회견 전만 해도 3.108%까지 올랐는데, 갑자기 2.962%까지 떨어졌다. 금리 인상 강도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옅어졌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을 우려해 왔다”며 “연준이 침체의 초기 징후를 인지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물가와 경기를 모두 잡으려는 연준의 시도가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파월 의장 역시 이날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길은 분명히 좁아졌고 더 좁아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파월 의장은 “반드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월가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자 다음 9월 FOMC에서 연준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 사이에 있는 8월 잭슨홀 미팅에 대한 주목도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잭슨홀 미팅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 모이는 경제 심포지움이다.

한편 이날 연준의 결정으로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이뤄졌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25%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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