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감사원을 읽는 핵심 키워드 '문재인'

이은기 기자 2022. 7. 2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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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사원은 해경·국방부·선관위·방통위·행안부·병무청 등에 대한 전방위적 감사에 나섰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관련 내용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에게도 사퇴를 강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이었던 홍장표 KDI 원장은 사퇴 압력을 받고 직을 내려놓았다. ⓒ시사IN 윤무영

감사원과 윤석열 정부의 시선이 동시에 한곳을 향했다. 6월27일 감사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자료를 요청했다. “감사 계획 없이 (진행한) 모니터링 업무(7월13일 김경호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였다.” 이튿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홍장표 KDI 원장을 향해 “바뀌어야 한다. 우리하고 너무 안 맞는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이었던 홍장표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다.

홍장표 원장이 내린 결론은 자진 사퇴였다. 7월6일 홍장표 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 (총리의 발언은)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하는 부적절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총리가 나의 거취에 관해 언급할 무렵, 감사원이 KDI에 통보한 이례적인 조치도 우려된다.”

최근 감사원은 해양경찰청(해경), 국방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행정안전부, 병무청 등 전방위적인 감사에 나섰다. ‘사정 감사’라는 지적이 일자 감사원은 올해 초 확정한 정기 감사의 일환이거나 국민의 의혹이 큰 사안에 대한 감사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감사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감사원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윤곽이 나타난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인사와 관련된 의혹이거나 전임 정부 당시 벌어진 사건과 관련된 감사다.

6월22일 감사원은 방통위 정기 감사를 위한 자료수집을 시작했다. 방통위는 올해 초 확정된 정기 감사 대상 기관이다. 문제가 된 건 ‘시점’이다. 감사원이 방통위 자료를 수집하기 6일 전인 6월1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나 국정과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다.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돼 있어도 자리를 물러나는 게 정치 도의상 맞는다.”

정기 감사가 연초에 확정됐더라도 구체적으로 그해 언제 진행할 것인지는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결정한다. 최근에는 정기 감사 대상인 기관을 두고 이슈가 불거지면 감사원이 신속하게 감사에 착수하는 모양새다. 방통위 정기 감사는 한상혁 위원장이 임기(2023년 7월)를 마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권의 사퇴 압박과 맞물린 감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6월22일 ‘김의철 KBS 사장 임명 절차’에 관해 국민감사 청구가 접수된 KBS에도 자료를 요청했다. 이후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개최해 감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의철 사장의 임기는 2024년 12월까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년 7월까지 임기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물러나라고 압박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인사’와 함께, 지난 정부 시절 사건들도 겨냥하고 있다. 감사원이 속도를 내는 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다. 순서는 이렇다. 윤석열 정부가 ‘월북으로 추정’된다는 전임 정부의 판단을 뒤집었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를 꾸려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해경, 국방부 등에서 업무처리가 적법·적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겠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7월13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강준현·김의겸·송기헌 민주당 의원과 함께 감사원을 항의 방문했다. 박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가 검찰 수사의 연결고리가 되는 지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사건이 쟁점화되고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고, 기관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통해 검찰에 넘어가면 검찰이 수사하는 ‘패턴화된 협업체계’가 만들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민주당은 2020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의 검찰 수사에 ‘제2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감사 결과 발표 이틀 후인 2020년 10월22일 감사원이 검찰에 문책 대상자의 업무 관련 비위행위 등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해 지난해 6월30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 감찰은 이례적

6월20일 감사원은 해경·국방부에 이어 선관위 감사를 위한 자료수집에도 착수했다. 선관위는 3·9 대선 당시 ‘바구니 투표’ 등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의 투표 관리 부실로 비판을 받았다. 감사원은 “회계 집행뿐만 아니라 선거관리 사무 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강도 높은 감사를 시행할 계획(7월4일 해명·보도자료)”이다.

박범계(왼쪽에서 세 번째) 등 민주당 의원들이 7월13일 감사원을 항의 방문했다. ⓒ국회사진취재단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선거 업무에 대해 감찰하는 건 이례적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5월13일 인사청문회에서 ‘선관위 직무 감찰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7월13일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다른 기관과 갈등을 야기하며 너무 일방적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의 시비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현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7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최재형 전 원장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감사 결과를 확정하기 위해 연속해 감사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나온 답변이다.

감사원은 법에 따라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 지위를 가진다(감사원법 제2조).” 행정부 소속기관의 회계를 감사하고 직무를 감찰해야 하는 감사원에겐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사정 감사’ 의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감사 규모, 시기가 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이상하게 보이는 문제들이다. 해석을 그렇게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말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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