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왓챠'..OTT 공룡 사이에서 살아남을까
매각설은 부인.."다각도로 투자 유치 중"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최근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지난 2월 '왓챠 2.0'이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큐레이션'으로 각광 받던 왓챠가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 'OTT 공룡' 사이에서 버티다가 결국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27일 왓챠는 올 2분기부터 전부서에 걸친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콘텐츠 제작 부서의 경우 퇴사 인력이 두자릿수에 달하는 상황이다.
최근 유동성 축소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으로 보인다. 이날 왓챠 관계자는 "2분기부터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고 투자 상황도 냉랭해지면서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인력 감축의 배경을 설명했다.
◇2012년 콘텐츠 리뷰 서비스로 시작…'왓챠 2.0'으로 승부수
지난 2012년 콘텐츠 추천 및 평가 서비스로 시작한 왓챠는 '큐레이션' 기능을 내세워 입지를 다져왔다. 이후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지난 2016년에 OTT 서비스 '왓챠 플레이'를 선보였으며 지난 2020년에는 콘텐츠 추천 '왓챠피디아'와 '왓챠'로 서비스명을 변경했다.
그러나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들은 물론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사업자의 진출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입자 성장이 둔화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랩에 따르면 지난 4월 왓챠는 이용자 수 기준으로 이들 사업자에 밀린 7위를 차지했다.
가입자 성장 한계에 부딪힌 왓챠는 국면 전환에 나섰다. 지난 2월 왓챠는 영상 콘텐츠를 넘어 음악, 웹툰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혀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새 비전을 발표했다. 기존 강점인 추천 서비스에 집중해 여타 콘텐츠 서비스도 개인화해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왓챠 2.0' 전면 보류…IPO '빨간불'
그러나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왓챠 2.0' 프로젝트 또한 전면 보류된다. 왓챠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신사업 부서의 인력도 줄이고 있다.
올해 상장(IPO)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박태훈 왓챠 대표는 왓챠 2.0 발표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빠르면 올해 중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프리 IPO(상장 전 자금 유치) 라운드의 경우 전략적 투자가 일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콘텐츠 제작비를 투입해야 하는 현재의 OTT 시장에서 왓챠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나 글로벌 자본이 투입되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공룡' 사업자들 사이에서 콘텐츠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왓챠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왓챠는 기존에 제작하던 콘텐츠는 제작을 완료하되 신규 콘텐츠 제작은 계획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3년간 늘어나는 적자를 만회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왓챠의 영업손실액은 지난해 기준 248억원, 2020년 154억원, 2019년 108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매각설엔 선그어…"투자 유치 위해 노력 중"
이 때문에 매각설도 불거졌지만 왓챠는 매각 여부에는 선을 그었다. 왓챠 관계자는 "투자를 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회사들과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왓챠는 "다각도로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내면서도 구체적인 유치 방안에는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으로의 인수합병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CJ ENM의 티빙과 KT의 시즌은 합병을 발표하며 OTT의 합종연횡에 신호탄을 쐈다.
다만 박 대표는 앞서 지난 2월 기자 간담회에서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시 박 대표 "다른 곳에서 구하지 못하는 고퀄리티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업이다 보니 실제 많은 제안을 받았다"면서도 "왓챠만의 비전과 목표 향해 열심히 하는 게 더 큰 가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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