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사업 과거 도급 방식 가망없다.. 민관 PPP 전환해야"
"앞으로 해외건설 시장에서 기존처럼 도급 중심 사업방식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해외 수주액을 500억달러(약 65조4400억원) 규모까지 늘리리면 정부간(G2G) 협력을 통한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PPP) 확대가 필수적입니다."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해외 인프라 건설 트렌드가 PPP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아직 설계·조달·시공(EPC) 중심의 도급형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기존 도급방식은 발주처가 사업 발굴·개발, 금융조달, 운영관리 등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고 건설업체가 EPC 등 단순 시공 부문만 담당하는 구조다. 반면 PPP사업은 사업발굴 단계부터 전 과정에 걸쳐 참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05년 100억달러를 넘긴 뒤 '제2차 중동 붐'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통해 2010년 716억달러를 정점으로 찍은 후 감소세를 보였다. 2015년 이후 급감하면서 최근 몇 년간 300억달러 수준에서 제자리걸음했다.
공사를 주축으로 정부와 기관, 민간 기업 등이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코리아'를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이 사장은 "국내 기업과 공공·금융기관 등으로 구성하는 팀코리아의 대표 기관으로 공사가 구심점이 돼 해외 PPP 사업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다시 민간사업자들의 참여 기회를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약화되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8년 6월 설립됐다. 건설 사업 발굴·개발을 하는 '디벨로퍼'와 자금 조달·투자를 하는 '금융기관', 상대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정부간(G2G) 기관'의 역할을 모두 맡고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현재 미국·폴란드·베트남·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서 모두 16개 PPP 사업에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누적 투자 규모는 2억9000만달러(3810억원)이다. 해당 사업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의 EPC(설계·구매·시공) 수주액은 36억달러(4조3000억원)다. 또 4900억원 규모의 해외건설 특화 모펀드(PIS) 등 정부 정책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올해 추진 중인 주력 사업으로는 방글라데시 PPP 사업을 꼽았다. 공사는 2019년 방글라데시 민관협력청(PPPA)과 업무협약을 맺고 '국가간 PPP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방글라데시 내 도로, 철도, 송전선로, 교량 등 5개 사업의 우선사업권을 확보했다. 총 사업규모는 109억 달러다. 파라과이 경전철사업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총 사업비 6억달러 규모로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과 으빠까라이라는 도시를 연결하는 약 43㎞ 구간의 경전철을 구축하고, 30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한국형철도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첫 사례다.
이 사장은 민관 PPP 사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제약으로 공사의 법적지위와 자본금을 꼽았다. 이 사장은 "현재 공사는 직접 G2G 계약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행 법상 모든 대외 상품 교역의 G2G 계약 주체는 코트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일반 상품과 건설 부문으로 이원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 규모에 자본금 한도가 턱없이 부족한 점도 걸림돌이다. 이 사장은 "법정자본금 한도가 5000억원인데 이미 투자금이 4500억원에 달한다"며 "제 때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을 통해 자본금을 충분히 확대하는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30여년 이상 다양한 해외 건설사업 경험을 쌓은 해외 사업 전문가다. 한국도로공사에서 해외사업팀장, 해외사업처장 등을 맡아 첫 도로 시스템 수출 사업 등을 주도했다. 2014년에는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513억원 규모의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 컨설팅 사업 수주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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