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경찰회의 철회, 하루 만에 분위기 반전.. 尹정부 개혁 속도 내나

권구성 2022. 7.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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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분위기 반전 왜
"자칫 사회적 비난대상 우려" 부담
일부선 소규모라도 행사 강행 의지
정부 '경찰대특혜' 오랜 논란 자극에
조직 내부서 미묘한 기류변화 감지
이상민, 경찰국 국장 등 인선 착수
"특정 출신 독식 않게 골고루 발탁"
경찰청, 세종 시작 일선 목소리 청취

경찰국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하루 만에 전격 취소됐다. 정부가 경찰국 신설에 이어 경찰대 개혁에도 나서면서 경찰 조직 내에서는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경찰 반발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윤석열정부의 경찰 개혁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주도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망에 “어제(26일)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해결방법이 없어진 현실에서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철회 입장을 밝혔다. 김 경감에 앞서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서장도 전날 경찰 내부망에서 “경찰관이 다시 모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릴 수 있다”며 자제하자는 의견을 냈다.
사진=뉴스1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취소됐지만 내부적으론 여전히 반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당초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에 지구대·파출소장도 참석하자고 주장했던 류근창 경감은 “첫 제안자가 철회했지만 30일 행사는 진행하겠다”며 “장소는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국한하지 않겠다. 적은 동료가 모이더라도 14만이 모인 효과를 품격 있게 보일 수 있는 행사로 준비해 보겠다”고 했다.

경찰 직장협의회(직협)도 사흘째 서울역 등 전국 각지에서 경찰국에 반대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벌였다.

일각에선 정부가 전날 경찰대 개혁을 예고하면서 경찰 내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만 경찰 조직에서 2.5% 수준인 경찰대 출신이 총경 이상 고위직에선 과반을 차지하는 등 경찰 내에선 ‘경찰대 카르텔’이 오랜 논란거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찰대 개혁에 나선 것은 경찰대 출신과 비(非)경찰대 출신 간의 오랜 앙금을 자극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경위 임관이 된다는 것은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경찰대 기능을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지 담론이 필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출발선상은 맞춰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27일 충남 아산시 황산리 경찰대학 본관 모습. 연합뉴스
당장 경찰 내 목소리도 엇갈린다.

경찰대 출신의 한 총경은 “경찰대는 특정 대학이라기보다 사관학교의 성격으로, 인재를 유입시켜 조직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특정 대학 출신의 고위직 비중이 높다는 건 경찰 조직만의 문제도 아닌데, 갈라치기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비경찰대 출신의 한 경찰관은 “경찰은 ‘승진에 목숨 건다’ 할 정도로 승진이 어렵고 중요한 조직”이라며 “출발선이 다르다는 건 조직에서의 역할이나 역량의 차이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경찰대는 입학시험이 아닌 임용시험”이라며 “일반 대학과 성격이 다른 만큼, 경찰대 출신의 경위 임용을 불공정하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소수의 경찰대 출신이 다수의 비경찰대 출신보다 고위직을 많이 차지하고 주류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쟁점 아닌가 싶다”며 “경찰은 군에 버금하는 무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면서 공무원이기도 한 특수성을 가진 곳으로, 그 특성을 고려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처 업무보고를 한 뒤 업무보고 내용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경찰국 신설과 경찰대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장관은 전날 경찰국 설치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바로 초대 경찰국장을 포함한 인선에 착수했다. 이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어제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니 이제 (경찰국장) 인선을 해야 한다”며 “경찰대가 됐든 간부후보생이 됐든 고시 출신이 됐든 구별을 두지 않고 어느 분이 적합한지 고민해서 초대 경찰국장 인선을 대통령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가 경무관 승진 대상자 중 일반 출신을 20%까지 늘릴 방침인 만큼 경찰국은 다양한 입직경로의 경찰공무원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내달 2일 업무를 시작하는 경찰국은 국장을 포함해 16명으로 이뤄진다. 이 중 80%가 경찰공무원이다.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과 3개 과가 설치되며 이 중 인사지원과장과 자치경찰과장은 경찰 총경이 맡는다.

경찰청은 이날 세종 지역을 시작으로 경감 이하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 수렴을 받았다. 세종경찰청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윤명성 세종경찰청장을 비롯해 일선 직원 10여명이 참석했다. 세종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국 신설 제도개선 방향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수렴했다”며 “경찰청에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野, 이상민 행안장관 탄핵카드 만지작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경찰국 신설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해임건의안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곧바로 탄핵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당의 총의를 모아,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통치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과 함께 이 장관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묻겠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도부에서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얘기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해임건의안을 통과한 뒤에, 그럼에도 별 효과가 없을 때에 탄핵 소추안으로 가는데 실효성을 따져 봤을 때 해임건의안은 큰 의미가 없다”고 귀띔했다. 박 원내대표가 거론한 ‘책임’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무위원을 탄핵 소추할 수 있다. 국무위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어서다.

민주당은 이 장관을 탄핵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가 정부조직법 개정을 하지 않고 진행된 건 위헌이자 위법이라는 논리다. 민주당 경찰장악저지대책단장인 서영교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시행령 자체로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고 위법”이라며 “탄핵은 행정부가 국회를 무시했을 때 국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이고 법적 보장 장치”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이어서 이 장관 탄핵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탄핵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행안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지금 탄핵을 얘기하는 것은 조금 빠른 것 같다”고 신중함을 보였다.

일각에선 해임건의안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해임건의안도 될 수 있고 탄핵도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판 위에 올려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경찰국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경찰국 신설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 내에서 찬성 목소리가 나온 건 처음이다.

한편 법제처는 이날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행안부 직제 개정안은 적법하다는 이완규 처장 명의의 입장을 밝혔다. 이 처장은 “경찰국은 행안부 장관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한 기구”라며 별도 법률 개정 및 경찰위원회 심의·의결이 없이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관제’ 개정만으로도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권구성·조희연·송은아·최형창·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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