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대 확진에도 방역대책 권고뿐.. 정부 '자율방역' 도마 위
정부, 원격교습 권고 등 발표
전문가, 자율방역 부족 지적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다시 10만명대로 올라섰지만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고위험군 중심의 대응에 더해 추가 대책을 내놓았는데, 학원 원격교습 전환 권고, 유증상자 휴가 권고 등 ‘권고’뿐이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일상 방역 생활화’가 필요하다며 부처별 방안을 발표했다. △공직 사회 휴가 복귀 전 신속항원검사 △학원 원격수업 전환 △재택근무 활성화와 의심증상자 휴가 부여 등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실외공연·영화관 등 문화시설에는 방역 지원 인력 2800명을 투입해 점검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가족돌봄휴가자에겐 하루 5만원씩 최대 10일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사업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국민이 일상 방역에 적극 참여하면 확진자 증가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치명률 증가나 중환자 치료 위기 징후가 확인되면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최모(43)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아이는 계속 학원에 보내고 있다. 학원도 정상 수업 중이고, 학원을 안 가면 오후에 아이가 집에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으니 감염 위험이 어느 정도로 높은지 감도 안 잡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6차 유행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일상방역의 생활화’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시간·인원 제한 등 규제 중심의 거리두기보다는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과 ‘권고’가 얼마나 잘 수용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질병 특성이나 대응 역량 등 방역 여건이 달라졌다”며 “정부는 기존의 전파 차단을 위한 ‘규제에 의한’ 거리두기는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고, 국민의 질병으로 인한 피해와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단 없는 일상회복 속 방역기조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참여율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업무공백을 우려해 근로자들에 아예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말라고 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한 회사는 사내 확진자가 발생하자 ‘역학조사 때 접촉 사실을 기입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이전과 같은 거리두기는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경각심을 느슨하게 만들어 자율방역을 힘들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원스톱진료기관을 1만대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6562곳이다. 지난 20일 1435개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1276병상은 일주일 내 가동될 수 있다고 한 것과 달리 늘어난 병상수는 378개뿐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현 상황의 위험성과 메시지를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상태로는 속으로 곪아 터져 악화할 때까지 모를 위험이 있다”며 “거리두기는 마지막 카드로 쓴다고 해도 검사, 역학조사, 치료, 백신 접종은 제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경·이정한·이희진·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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