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태 후에도 그대로"..개인정보 업무, 사회복무요원에 맡기고 방치
[편집자주]'군대보다 편하지 않으냐’ 사회복무요원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정상적인 군복무가 힘든 이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한다. 이들은 21개월 동안 '사복 입은 이등병'으로 살아가면서 공공 서비스의 최말단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의 사회복무요원 제도에 대해 '강제노동'이라며 폐지를 권고한다. 자신들을 ‘현대판 공노비’라고 정의하며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 부당한 현실 알리기에 나섰다. <뉴스1>은 사회복무요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파헤쳐보고 존치의 필요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n번방요? 별로 신경 안쓰시는 거 같던데…저는 담당 공무원 새올전자민원창구(새올) 행정 ID랑 비밀번호 받아서 접속한 다음에 민원인 상담해주는 업무하는데, 들어가면 이름, 차량번호, 주민등록번호 다 있어서 물어봤는데도 보안서약서 썼으니 괜찮대요."(서울 한 구청에서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 A씨)
사회복무요원이 불법유출한 개인정보가 디지털 성착취로 이어진 'n번방 사건'이 발생한지 겨우 2년이 지났다. 이후 'n번방방지법'을 비롯해 개인정보 보안 관리를 위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사회복무 현장에서는 여전히 권한도 없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개인정보 업무를 떠넘기고, 이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무요원 62%, 허가되지 않는 개인정보 처리 업무 경험"
경기도의 한 복지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며 개인정보 처리 업무도 하고 있다는 B씨(21)는 28일 "사람들 개인정보와 함께 무슨 병이 있는지, 선천적 장애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사고로 후천적 장애가 생긴건지 볼 수 있다"며 "유출할 생각은 없지만 심심할 때마다 종종 읽어본다"고 말했다.
다른 사회복무요원 C씨(23)도 "근무하는 팀 공무원이 3명인데, 새올, 행정정보 조회 발급 시스템 ID를 내게 넘겨서 자기 일을 대신하게 하는데 다 개인정보와 금전 관련 업무다"라며 "그래놓고 실수하기라도 하면 소리를 지르고 '여기 군대인데 똑바로 안하냐'고 욕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아동센터에서 근무 중인 사회복지요원 D씨(22) 역시 "소위 '사통망'이라 불리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아이들 개인정보를 입력하라고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며 "공익이 이런걸 하는 건 불법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쌀쌀맞게 굴어 말 꺼낸 걸 후회했다"고 밝혔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사회복무요원 1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2%에 달하는 80명이 '복무 중 개인정보(주소, 전화번호, 주민번호 등) 처리 업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회복무요원 노조는 강제노동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15명이 모여 지난 4월 출범한 법외노조다.
개인정보 처리업무를 경험했다고 답변한 사회복무요원 중 '개인정보처리 관련 교육이 있는지 몰랐다'고 답변한 사람도 42.5%, '교육을 듣지 않았으나 기관에서 자동으로 이수 처리했다'고 답한 사람도 12.5%에 달했다.
◇법·규정은 '안된다'는데…위법한 개인정보 업무지시, 개선안돼
현행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 제15조는 사회복무요원에게 '정보시스템 접근을 통한 개인정보 취급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에게 컴퓨터 등 전산을 통해 행정망에 접속해 개인정보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 셈이다. 다만, 마스킹 등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가 이뤄진 경우나 담당직원이 관리·감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취급 업무를 할 수 있다.
일례로 도서관의 경우, 사회복무요원 명의의 ID를 생성해 행정망에 접속하면 공무원 ID로 접속했을 때와 달리 회원들의 전화번호나 주소, 나이 등 개인정보가 마스킹 처리된 상태에서 대출·반납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이 지적한 것처럼 공무원들이 사회복무요원들에게 행정망 ID를 주고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보고 있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전자정부법 35조에서도 행정정보를 권한 없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법한 지시내려도 실질적 처벌은 미미…"구조적 개선책 필요"
또 공무원들의 관리·감독 규정 역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회복무요원 E씨(22)는 "장비를 대여해주는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는데, 접속해서 관리하는 곳에 회원들의 전화번호나 집 주소가 다 나와 있었는데도 담당 공무원이 신경도 쓰지 않길래 국민 신문고에 제보했었다"며 "그런데 지도관이 현장 점검을 나오긴 했지만, 파티션 건너편이라도 같은 공간에만 있으면 관리, 감독하는 걸로 볼 수 있다고만 하고 어떤 조치도 없이 끝났다"며 허탈해 했다.
E씨는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조차 내 개인정보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해보니 좀 아찔했다"며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무음카메라로 몰래 찍어가거나 해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순표 사회복무요원 노조위원장은 "일을 시키는 사람들은 n번방 사태 이후로도 별다른 경각심을 갖지 않고, 사회복무요원에게 개인정보 업무를 시키는 관행도 그대로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신변보호 여성의 가족을 보복살해한 이석준에게 구청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흘러들어 갔는데, 그곳도 사회복무요원들이 개인정보 업무를 그대로 맡았다는 제보를 받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관행의 원인에 대해서는 "사회복무요원에게 개인정보 업무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담당자나 공무원에게 실질적으로 처벌이나 불이익이 가는 게 거의 없는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정보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당초 사회복무제도의 목적과 달리, 현장성 있는 사회복지 업무가 아닌 행정민원 업무에 배치된 탓도 있다"며 "그러다보니 행정 관련해 개인정보와 관련된 업무를 맡기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무요원들을 개인정보 관련 업무에는 아예 제한을 시키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그래도 개선이 안될 경우, 일반 행정업무 배치를 완전히 제한하고, 해외처럼 관리 주체도 병무청에서 복지 업무를 맡는 부처로 변경하고 사회복지 분야 중심으로만 인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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