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의무매입 강도 세진다..은행들은 '냉가슴'

MBS 의무매입 100% 비율 유지..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
금리상승기 감안해 과거보다 강화된 의무매입 권고

지난 2019년 9월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19.9.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정부가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안심전환대출을 추진 중인 가운데 과거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재원 마련에 필요한 채권을 은행들에 100%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대환 시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는 이번엔 면제하기로 가닥이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9월 안심전환대출 시행을 목표로 최근까지 각 은행들의 MBS(주택저당증권) 매입 여력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안심전환대출 시행 계획 발표 이후인 지난 5월 말 각 은행들에 1·2차 안심전환대출 때와 동일하게 기존 대출 상환금이 100% MBS 매입에 활용되도록 협조를 구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심전환대출은 고금리 부담 완화 및 대출구조 개선을 위해 1·2금융권의 변동금리(혼합형 포함)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 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정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5년과 2019년 각각 같은 방식의 전환 대출을 실시한 바 있어 이번이 세 번째 시행이다.

안심전환대출은 큰 틀에서 대출자가 기존 대출은행에서 신규대출을 받고 기존대출을 상환하는 식이다. 기존대출이 변동금리 대출이고, 신규대출이 고정금리의 안심전환대출이다.

대출자는 기존대출 대신 안심전환대출을 받는 것으로 역할이 끝나지만 은행과 주금공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변동금리 상품 대출자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의 원리금을 받을 권리인 대출채권이 생기는데 은행은 이 대출채권을 주금공에 넘겨주고 돈을 받는다.

원래는 여기서 은행과 주금공의 거래가 끝난다. 주금공은 은행에서 사들인 대출채권에서 발행하는 현금거래에 기반해 MBS를 발행,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에 팔아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주금공에 대출채권을 넘기고 받은 돈으로 다시 주금공이 발행한 MBS를 사야한다고 의무매입 규정을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2차 당시에도 은행들은 대출은행이 전환 규모에 100% 비례해 MBS를 매입, 1년간 의무 보유토록 했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이 과거와 다른 점은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더욱 강화된 수준의 매입을 주문했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의무 매입과 관련해 과거 합의 내용인 취급액의 100% 매입을 기초로 하되, 시장상황과 금리추이를 감안해 과거보다 강화된 수준의 의무매입을 할 것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상승기라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 참여가 저조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에게는 한층 강화된 의무매입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안심전환대출은 금융 소비자에게는 대출 이자를 낮출 기회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들을 뺏긴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사안이 아니다.

또 은행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기존 대출 자산이 주금공으로 넘어가더라도 MBS를 다시 사들이면서 총 자산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출이자와 MBS를 통한 이자 수익률에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 대출 대환 과정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은행들에게는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차 때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했다가 2차 때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대신 한도를 늘려주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은행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도 기타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정상적으로 들어올 수익이 면제 시엔 사라지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은 안심전환대출 시행 이후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면 감면금액은 90억~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사정은 있다. 가계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대출 상환금이 또 다른 가계대출 재원으로 이용되는 것을 MBS를 매입하도록 해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대규모 MBS 발행으로 인한 금리 급등 충격을 막기 위해 의무매입 적용에 앞서 외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4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조달을 위한 주금공의 MBS 발행 시에도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지 않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다각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의가 완료된 뒤 8월 중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아직 어떤 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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