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게 왔다" 인력 감원 시작한 애플·테슬라·골드만삭스 [글로벌 현장]

2022. 7.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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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국 경제 높은 실업률 맞닥뜨릴 것.."충격 와야 물가 낮추고 경제 재도약"
[글로벌현장]

7월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트레이더가 생각에 잠겨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오후 2시쯤 요동치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예상을 웃돈 실적 덕분에 강세를 보이던 시장이 갑자기 곤두박질친 것이다.

원인은 시가 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다. 기술·성장 기업의 대장 격인 애플이 긴축 경영에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 결과 애플과 같은 대기업조차 수요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마저 고용 축소…“실업률 더 뛸 것”


애플이 경영에 변화를 주려는 부분은 고용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채용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일부 사업 부문에서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한편 공석이 생기더라도 채우지 않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감원이 이뤄질 것이란 판단이다.

내년부터 다양한 부문에서 별도의 비용 절감에 나서기로 했다. 일부 부서의 예산을 적게 책정한 뒤 알아서 비용을 감축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애플이 이런 식의 긴축 경영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전언이다.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포함해 공격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충격은 더 크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테슬라·코인베이스 등 다른 빅테크 업체들도 감원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인력(총 18만1000명)의 1%를 대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메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연내 1만 명 신규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6000~7000명으로 낮춰 잡았다. 아마존 역시 소매 부문의 신규 채용 목표를 줄였다.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은 비제조업 부문에서 수백 명을 감원 중이다. 전체 인력(1만4000명) 대비 5% 수준이다.

대형 기술 기업들만 감원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중 한 곳인 골드만삭스는 2분기 실적 공개 행사에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며 “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연간 성과 검토 프로그램을 재도입하기로 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 중 잠정 중단했던 골드만삭스의 인력 평가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실적이 저조한 직원을 정리 해고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경제가 결국 높은 실업률과 맞닥뜨릴 것이란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Fed가 2024년 실업률이 4.1%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완전히 틀렸다”며 “Fed의 긴축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실업률은 지난 6월 기준 3.6%로, 기업들이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할 정도로 낮다. 4개월 연속 같은 숫자다. 역대 최저치였던 2020년 2월(3.5%)에 근접한 수치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함께 다시 치솟을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서머스 교수는 “Fed의 안일한 대처로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연착륙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단언했다. 서머스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서둘러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작년부터 강조해 왔다.


월가에서 확산하는 ‘침체 불가피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 하반기 침체를 아예 기본 가정으로 책정했다. 이 은행은 “침체가 닥치겠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60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올해 안에 침체에 빠진다면 S&P500지수는 3150까지 밀릴 수 있다”고 봤다.

증권사인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최고투자전략가(CIS)는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침체를 유도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 침체는 불가피한 기본 가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더스 CIS는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문제가 아니다”며 “상품·서비스 수요가 줄어도 에너지 값만큼은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월가에서 꾸준히 나온다. 올 1분기 마이너스 1.6%로 역성장한 미 경제가 2분기에도 기껏해야 정체 상태에 머물렀을 것이란 판단이다.

씨티그룹의 마크 메이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침체가 임박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장 채권이 부실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연내 침체 확률을 50%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한 대목은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 침체의 강도가 비교적 약할 것이란 점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의 토니 크레센지 시장전략가는 “허리케인이 아니라 약간의 비가 내리는 정도로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에 대한 월가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6월 초 “미 경제에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며 충격의 강도가 상당히 셀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레센지 전략가는 “가계 저축액이 많고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추가적인 재정 부양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비가 꾸준히 내리겠지만 얕은 침체를 지나면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낙관했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40여 년 만의 최고 물가를 경험하고 있지만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둔화와 실업난 속에서도 물가가 뛰는 현상이다.

시걸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향후 1년 내 완화할 것”이라며 “현재 경제가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을 수 있지만 초고물가를 경험한 1970년대보다 좋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게리 스턴 전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물가는 그냥 높은 수준이 아니라 매우 끈질기게 높다”며 “조금이라도 둔화할 조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턴 전 총재는 “Fed나 정부 당국자들이 수시로 연착륙을 얘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연착륙이 성공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비교적 짧고 완만한 침체를 겪을 확률이 가장이 높다”며 “이를 통해 비로소 고물가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프리 래커 전 리치몬드연방은행 총재는 “경기 침체 없이 지금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6월 기록했던 9.1%(작년 동기 대비)의 소비자물가지수는 끔찍한 수준이고 갈 길이 멀다는 신호라는 게 래커 전 총재의 얘기다. 그는 “Fed가 기준금리를 연 6%까지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월가에선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 Fed의 최종 금리는 연 4%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밝혀 왔다.

팬데믹 이후 대대적인 경기 부양과 고물가라는 부작용을 경험한 시장이 점차 정상을 되찾을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고문은 “Fed가 인위적으로 만든 시스템에서 탈피하고 나면 장기적으로 경제·증시가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향후 10년을 내다보면 혁신을 이끄는 기술 기업들이 다시 도약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미국)=조재길 한국경제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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