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삼국지' 영토 넓히는 TSMC·인텔.. 고립되는 삼성전자

박진우 기자 2022. 7.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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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모바일 칩 1위 미디어텍과 파운드리 계약
퀄컴도 2025년 도입 2나노 고객사로 확보
하반기 3나노 양산 TSMC, 애플에 칩 공급
파운드리 입지 점점 줄어드는 삼성전자

TSMC를 추격하는 동시에 인텔을 따돌려야 하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미디어텍과 반도체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 앞서 지난해 인텔은 초미세공정 퀄컴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모바일 칩 1, 2위 회사를 모두 품은 것이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애플과 AMD, 엔비디아, 퀄컴, 미디어텍, 인텔 등의 칩을 생산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7일 인텔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인텔의 공정 기술을 통해 다양한 정보기술(IT)용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 3차원 핀펫(FinFET) 기술부터 차세대 미세공정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한다는 게 인텔 설명이다. 렌디르 타쿠르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사장은 “연간 20억대 이상의 기기에 칩을 공급하는 선도적인 팹리스인 미디어텍은 IFS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파트너다”라고 했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주요 공장인 미국 오레곤 몹3 D1X 클린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텔 제공

미디어텍은 대만의 대표적인 팹리스다. 주로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칩을 설계하며, 이 칩들은 중저가 스마트폰 등에 장착된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40%가 미디어텍 칩을 쓰고 있고, 삼성전자 갤럭시 일부 모델에도 적용된다. 고성능 칩이 중심인 퀄컴에 비해 범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생산량이 상당하고 글로벌 점유율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같은 국가의 파운드리인 TSMC에 칩 생산을 대부분 맡겨왔다. 대만 반도체 산업을 상징하는 두 회사는 주요 기술 임원의 교류도 활발하다. 따라서 이번 미디어텍과 인텔의 계약에도 TSMC와의 관계가 흔들릴 우려는 적다. 오히려 미디어텍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첨단 칩 생산은 여전히 TSMC가 전담하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는 지난해 3월 본격적으로 사업 재개를 알리며 활동하고 있다. 다만 10㎚ 이하 미세공정 기술은 현재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미디어텍의 칩 생산도 초기에는 16㎚ 공정 인텔16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텔의 파운드리 역량이 더 쌓이면 미세공정 반도체도 생산할 여지는 있다.

12인치 웨이퍼 팹. /TSMC 제공

인텔은 파운드리 미래 고객사로 퀄컴도 확보해둔 상태다. 2025년부터 인텔의 2㎚ 공정으로 퀄컴 칩이 만들어진다. 퀄컴은 매출기준으로는 세계 1위, 출하량으로는 미디어텍에 이은 세계 2위 모바일 칩 팹리스다. TSMC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퀄컴은 매년 5조원의 칩을 TSMC와 삼성전자에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텔이 2㎚ 공정을 도입하는 2025년부터는 이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TSMC는 올해 하반기 양산이 시작되는 3㎚ 공정의 주요 고객사로 퀄컴을 이미 확보해 둔 상태다. 또 TSMC는 애플과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도 3㎚ 고객으로 모시고 있다. 초도 양산 제품은 모두 애플에 제공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 다른 팹리스에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로 3㎚ 공정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TSMC의 진격과 인텔의 부상 속에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3㎚ 반도체의 첫 공급처로 ‘고성능컴퓨팅(HPC)’를 들고 있으나, 일본 닛케이는 “3㎚ 첫 고객은 중국의 가상화폐 채굴업자며, 장기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공급처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3㎚ 공정은 처음 시작했으나, 시장이 깜짝 놀랄만한 고객사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해 양산한 3나노 파운드리 반도체. /삼성전자 제공

이런 상황에서 TSMC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56%, 삼성전자 16%로,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40%포인트에 달한다. TSMC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5% 늘어난 5341억대만달러(약 23조4200억원)로 역대 최고, 순이익은 2370억원대만달러(약 10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76.4% 증가했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HPC, 스마트폰이 전체 매출의 81%를 차지했고, 5·7㎚ 매출도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하는 첨단 공정이 TSMC 실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호실적에 힘입어 TSMC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영업이익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금까지 인텔과 삼성전자가 번갈아 차지해왔던 이 시장에서 TSMC의 영향력 확대가 놀랍다는 게 업계 인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의 사전에는 리세션(경기후퇴)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라며 “반도체 영업이익 1위는 인텔과 삼성전자가 번갈아 차지해왔던 불가침의 영역이었지만, 올해 TSMC가 두 회사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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