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떠돌던 조선왕실 유물 '보록', 게이머들이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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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한국의 집에서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과 라이엇게임즈가 만났다.
이날 문화재청과 재단, 라이엇게임즈는 국외소재문화재로 타지를 떠돌다 고국에 돌아온 보록의 국내 환수 성공 소식을 발표하고,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에 재단은 지난 5월 라이엇 게임즈와 문화재 매입을 협의했고, 자금을 포함해 환수절차 전반을 라이엇 게임즈가 지원사격하며 보록의 환수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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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한국의 집에서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과 라이엇게임즈가 만났다. 접점은 물론 정책·사업적으로 엮일 일이 없을 것 같은 재단과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들은 네모난 낡은 상자를 바라보며 연신 웃었다.
이들이 단상에 올린 상자는 '보록'이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에게 존호나 시호 등을 올리며 제작된 어보를 담아둔 외함이다. 종묘나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어야 할 이 보록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불과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문화재당국과 게임회사가 한 자리에 모인 이유다.
이날 문화재청과 재단, 라이엇게임즈는 국외소재문화재로 타지를 떠돌다 고국에 돌아온 보록의 국내 환수 성공 소식을 발표하고,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다음달 중으로 현재 국립고국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를 통해 일반 관람객에게도 이 보록을 선보일 계획이다.
문화재당국에 따르면 전 세계에 흩어져 떠도는 국외소재문화재는 올해 기준으로 21만4200여점에 달한다. 보록 역시 해외로 반출됐고 지난해 영국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말 재단이 보록이 경매에 올라온다는 유통정보를 입수한 후 6개월 간 긴박한 매입 작업이 이뤄졌다. 재단 관계자는 "당시 유물을 판매하려 준비하던 소장자에게 보록의 가치와 반환 중요성을 설명했고, 소장자도 이를 납득해 재단에게 매도하기로 의사를 바꿨다"며 "지난해말 정보를 입수한 후 매입까지 평가 등 관련 절차가 오래 걸렸는데, 제반 과정도 (소장자가) 기다려줘서 무사히 들여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존재감을 드러낸 시점은 평가과정을 마치고 실질적인 매입을 결정한 5~6월부터다. 소장자를 설득해 환수하기로 결론이 났지만, 어떻게 매입할지에 대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던 때다. 재단은 국민들이 복권을 구매할 때마다 쌓이는 복권기금 중 '문화재보호기금 전출' 명목으로 지원받은 예산 일부를 쓰지만 이 자금이 한정적인 데다, 앞서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독서당계회도' 등을 환수해오느라 예산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이에 재단은 지난 5월 라이엇 게임즈와 문화재 매입을 협의했고, 자금을 포함해 환수절차 전반을 라이엇 게임즈가 지원사격하며 보록의 환수가 가능해졌다.
라이엇 게임즈의 지원사격을 받아 해외를 떠돌던 국보급 문화재를 되찾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4년 '석가삼존도'를 시작으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2018) △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이상 2019년) 등 다섯 번의 국외 문화재 환수를 지원했다.
라이엇 게임즈의 이런 장기 프로젝트는 회사 임직원들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게이머들의 참여로 완성됐다. 실제로 초기 롤에 나오는 한국계 챔피언 아리 관련 아이템 판매금 6개월치에 회사 자금을 보태 기부금이 마련됐다. 석가삼존도를 시작해 이번 보록까지 6점의 환수문화재에 '게이머들이 되찾아온 문화재'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사회공헌사업총괄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게임사라 여러 지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 문화재 사업은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큼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대표도 "(문화재 환수가) 민간기업이 참여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앞으로도 우리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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