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국에 부는 '동수서산' 디지털 바람, 그 중심에 선 충칭
동쪽 도시서 생산된 대량 데이터
저장·연산할 디지털 인프라 필요
중 정부 '동수서산' 사업 본격화
충칭은 데이터 처리 맡는 중심지
저렴한 땅값·전기요금 등 장점
클라우드센터·연구소 속속 들어서
AI·빅데이터 산업으로 확장 추진
중국 서부 최대 도시 충칭의 북서쪽에 자리한 량장신구 수이투신청엔 납작한 정방형 건물과 뾰족한 전기 송전탑이 많다. 지난 23일 <한겨레> 취재진이 방문한 이곳에선 지금 중국을 대표하는 주요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나 연구기관을 설치하는 중이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 기업 텐센트(텅쉰)의 서부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가 20일 가동을 시작했고, 중국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인스퍼(량차오)도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돌리고 있었다. 충칭 서쪽에 있는 시융마이크로전자산업단지에는 지난 1일 조립식 모듈의 마지막 상자를 옮기는 것을 끝으로 충칭 인공지능혁신센터의 핵심 영역인 데이터센터가 완성됐다.
수도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800㎞ 떨어진 충칭은 한국인들에게 194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자리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 도시에 거센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2월18일 중국 동쪽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서쪽으로 옮겨 처리하는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동수서산의 ‘수’는 ‘데이터’를 뜻하고, ‘산’은 ‘컴퓨팅 연산’을 의미한다. 경제 발전 수준이 높은 동쪽 도시들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서쪽 도시들에 보내 처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는 사업이다. 이날 위원회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징진지 지역’,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 삼각주 지역’, 광둥성 유역의 ‘웨강아오 지역’을 데이터가 생산되는 지역, 충칭·청두 지역, 네이멍구 자치구, 구이저우성, 간쑤성, 닝샤 후이족 자치구 등을 연산이 이뤄지는 곳으로 선정했다.
중국에서 동수서산의 국가적 필요성은 분명하다. 중국에선 뉴스·영상, 결제와 배달, 차량 호출, 게임, 식당 예약 등 실생활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이때 발생하는 막대한 데이터를 적절하게 계산하고 전달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빅데이터를 저장·연산·유통하는 클라우드센터는 넓은 공간과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땅값이 싸고 전기요금이 낮은 서쪽 지역에 이런 시설을 짓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해발고도가 높아 날씨가 서늘한 구이저우성에는 애플, 퀄컴, 인텔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들이 이미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국토 면적이 남한의 96배에 이르는 중국에서는 예전부터 지역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초대형 인프라 사업을 진행했다. 남쪽의 물을 북쪽으로 보내는 ‘남수북조’ 사업은 1950년대, 서쪽의 전력을 동쪽으로 보내는 ‘서전동송’ 사업은 1980년대, 서쪽 천연가스를 동쪽에 수송하는 ‘서기동수’ 사업은 2000년대 시작됐다. 이 흐름을 이어받아 2022년엔 초대형 디지털 사업인 ‘동수서산’ 사업이 막을 올린 것이다.
이 사업의 서부 중심지인 충칭은 남한의 5분의 4 면적(8만㎢)으로 창장강(양쯔강)과 자링강이 만나는 요지에 자리해 있다. 인구가 3200만명으로 많은 데다 집값이 베이징의 5분의 1 정도로 낮아 중국 서남쪽 인재들이 몰려든다. 베이징대와 푸단대 등 중국 명문대 연구소 다수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다. 쓰촨성·윈난성·칭하이성 등과 가까워 값싼 전기를 끌어다 쓰기에도 편하다.
충칭시 정부는 이런 조건을 활용해 일찍부터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산업, 스마트시티 등의 발전에 힘써왔다. 서부과학성, 량장신구 수이투신청, 경제기술개발구 등 다목적 과학단지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자동차·오토바이 등 전통 제조업에만 머물지 않고 디지털·바이오 등 새 산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제4회 충칭 서부투자무역박람회에는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충칭과 서부 지역을 본거지로 한 여러 정보통신 기업·기관들이 참가했다.
중국 당국은 전국적으로 통신망과 전력망이 연결되고, 데이터센터 구축 등이 이뤄지면서 향후 연간 4천억 위안(약 77조5800억원) 상당의 민관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스마트시티와 전자정부, 사이버안보 강화 등과 연동시켜 중국 디지털 경제 발전을 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칭/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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