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선진국의 길] 우리 산 우리 나무로 지은 집 많아질수록..탄소중립도 성큼

조한필 2022. 7. 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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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을 '자원'으로 보는 것이
선진국형 산림정책 출발점
한국은 산림 부국이지만
'벌채' 부정적 인식에 막혀
목재 자급률 10%대 불과
매년 6조원어치 수입 의존
베고 심는 선순환 구조 절실
목재엔 탄소 저장기능도 강력
공공건축 목재 사용 늘려야
경북 영주의 국내 최대 높이(지상 5층~지하 1층·19.12m) 목조건축물인 `한그린목조관` 앞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산림은 자연입니까? 자원입니까?"

윤석열 정부 초대 산림청장에 오른 남성현 청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에게 이같이 물었다. "요사이 산림 현장 어디를 가든 누구에게나 처음 하는 질문"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그러고 나서 남 청장은 뜸 들이지 않고 속사포처럼 "대부분의 답변자들은 산림은 자연이라고 말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대학 산림자원학과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건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라며 분명한 목소리로 답을 내놨다.

"산림은 자연이지만 자원입니다. 경제적 자원, 환경적 자원, 사회문화적 자원입니다. 그러면 자연과 자원의 차이점은 무엇이냐. 사람이 거기에 상생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숲을 지키는 이유는 사람이 살기 위한 것입니다. 산을 자연으로만 보지 않고 자원으로 본다는 게 선진국형 산림 정책의 출발입니다. 보전해야 되는 산은 반드시 보전하고 나머지 숲은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통해 계속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고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산림자원 순환경제'입니다. 이미 산림 강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습니다."

"그래서 산림을 자연으로만 보는 틀을 깨는 국민적 인식 전환과 목재 수확(벌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고 목재 이용 활성화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선결 과제"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는 게 산림청장으로서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추진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면 산림 행정을 총괄하는 남 청장이 '순환 산림 경영' 정책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목재 이용 활성화'에 꽂힌 이유는 뭘까.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산림 녹화에 성공한 산림 부국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지금도 나무 심기·산림 복구 등 한국의 치산 녹화 성공 경험을 배우러 오고 있다. 직접 국제기구(AFoCO·아시아산림기구)를 설립하는가 하면 산림 문화·휴양, 산림 교육 및 치유 등 산림복지 분야 선도 국가로서 선진국들과 다양한 국제 협력을 주도할 만큼 치산국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산림 녹화에 성공한 '산림 부국'이지만 '산림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목재 자급률 제고와 임업 활성화 기반, 임도망 구축 등 산림 인프라스트럭처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산림자원 순환경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어서다. 양질의 목재가 목재산업으로 지속 투입돼 목제품으로 전환돼 수입 대체 효과와 탄소중립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하는데 벌채에 대한 비판적 여론 등에 막혀 좀처럼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현재 '베고-심고-쓰고-가꾸는'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단계다.

산림청에 따르면 탄소중립이 기후위기를 막을 범국가적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탄소 통조림'이라 불리는 목재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목재는 종이와 가구, 건축물부터 축사 깔개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목조 건축과 산림바이오매스인 목재펠릿이다. 실제 목재의 탄소 저장량은 상당하다. 수확된 목제품은 제품 내에 탄소를 저장해 대기 중으로 탄소가 방출되는 것을 지연시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재목은 35년, 합판·보드류는 25년, 종이는 2년 동안 탄소를 저장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목재를 약 36㎥ 사용한 목조주택 1동에 총 9t의 탄소가 저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목재를 탄소 저장 소재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재 이용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목재 이용을 탄소중립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자국의 목재 이용 촉진 제도를 마련해왔다. 탄소 저장 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국산 목재뿐이다. 일본은 2010년 공공건물에서 목재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공공건축물 목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목재 자급률이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해왔으며 2021년 기준 목재 자급률이 41.8%가 됐다. 2000년(18.9%)에 비해 무려 22.9%나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림률이 63%인데 목재 자급률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국내 목재 시장이 42조원 규모인데 국산 목재 사용은 10년 이상 계속 답보 상태다. 실제 한국의 임목축적량(산림의 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목재 수확 비율은 독일 2.6%, 스위스 2.4%, 오스트리아가 2.0%인 데 비해 한국은 0.5%에 불과해 OECD 29개 국가 중 27위에 그치고 있다.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 30년생 이상(4~6영급)이 72%를 차지하고 있으나, 목재 자급률은 16%로 수입 목재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연간 국내 수요의 84%에 해당하는 목재를 6조원어치나 수입하고 있다. 장윤성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연간 산림 축적 증가량 대비 벌채량 비율이 19% 정도로 70~80%에 달하는 유럽과 비교할 때 목재 이용이 매우 저조한 편"이라며 "목재 자급률 향상을 위해 친환경 벌채를 통한 국산 목재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국산 목재 활용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일 큰 과제로 보고 목재 자급률을 2027년 25%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원활한 산림 경영을 위해 관련 규제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목재친화도시, 어린이 이용 시설 목조화 사업 등 목재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0.6㎥인 1인당 연간 목재 사용량이 2030년 1.2㎥, 2050년 2㎥까지 확대될 것이란 기대다. 세계 목재 시장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산 목재 사용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남 청장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이 두 나라에서 목재의 20% 정도가 수입되고 있는데 목재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영급 구조, 임목 축적 증가량을 개선하고 임도나 장비 등 목재 수확 기반을 구축해 선진국형 순환 산림 경영을 활성화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되면 목재 수입을 줄일 수 있고 일자리도 늘어나 경제도 사는데 이게 돈 되는 임업이자 경제임업"이라며 "국내 목재 시장, 산림 경영 활성화 기반 구축과 산불을 제때 잡기 위해서라도 내년부터 예산을 재조정해 산림 선진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임도(숲속의 길)'를 확실하게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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