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韓 기준금리 연말 3%까지도..한은 8월 다시 빅스텝 밟나
사상 최고 기대인플레 등 물가 추이 중요..하방 위험 경기·치솟는 환율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김유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다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역전됐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린 2.25∼2.50%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 기준금리(2.25%)를 추월했고 한미 금리는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 역전됐다.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연내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한미 기준금리까지 역전돼 한국은행(한은)도 연말 2%대 후반에서 3%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인 만큼, 한은이 당장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또 한 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은 가이던스에서 큰 변화 없을 것…연말 2.75∼3.00%"
전문가들은 현재 2.25%인 한국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계속 올라 연말 2.75∼3.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사상 처음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제시한 금리 인상 경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 셈이다.
이 총재는 당시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총재가 지난 금통위 때 이야기한 것이 있으니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 정도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총재가 말한 것도 있고, 경제학적으로 3.00%가 적정하다고 본다"며 "정치적 요인이 개입되고 금리 인상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다면 2.75% 수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한미 금리 역전은 불가피했다"며 연말 기준금리를 2%대 후반으로 예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일단 시장에서 합의된 수준은 2.75∼3.00%인 것 같고, 현재로선 그 수준을 벗어날 만한 다른 요인은 없다"고 판단했다.
"경기 침체 우려 속 물가 관리 관건"…환율도 변수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다음 달 또 한 번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물가 관리라는 명분만을 앞세워 기준금리를 계속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7%로 집계돼 시장의 예측(0.3%)을 훨씬 웃돌았다. 8월 기준금리 인상 부담이 줄었지만, 하반기부터는 하방 위험이 커져 기준금리를 마냥 인상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3.9%)보다 0.8%포인트 오른 4.7%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상승 폭 모두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와 최대다.
소비자들은 당분간 물가가 계속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주 실장은 "8월 빅스텝은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 문제보다 실물 경제 침체 우려가 더 커지고 있어서 미국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반기 수출이 급격하게 꺾이면 기준금리를 함부로 올리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당장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8월 초에 나오는 미국 물가 지표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각각 8월 10일과 11일 발표된다.
전 교수는 "일단 물가가 조금씩 안정되는 분위기라는 시각이 있는데,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미국 금리 인상 경로가 가팔라질 수 있어 한은의 대응에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실장도 "글로벌 물가가 오르면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넓힐 수밖에 없고, 한은도 더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물가통제가 경기침체보다 선순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이 급등할 경우에도 한은이 또 한 번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가면 한은이 빅스텝을 한 번 더 밟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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