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수상한 외환송금 7조… 코인거래소서 뺀 돈”

류재민 기자 2022. 7.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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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 무역회사 통해… 홍콩·일본행 가장 많아

중소기업 등이 은행을 통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한 ‘이상(異常) 외환 거래’ 규모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7조534억원(53억7000만달러)에 달한다고 27일 금융감독원이 밝혔다. 지난달 말 처음 확인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통한 해외 송금은 당초 알려진 2조5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나 4조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은행에 대한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 송금액 대부분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여러 법인과 개인 계좌로 흩어진 자금들이 최종 송금을 한 22개 기업의 계좌로 모여서 ‘무역 대금’이라는 명목으로 해외로 나갔다”고 했다.

◇이용된 계좌에서 수상한 흐름 발견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빠져나간 자금은 먼저 다수 개인·법인 계좌로 입금됐다. 이들은 이 돈을 특정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송금했고, 이 자금이 ‘무역 대금' 명목으로 해외로 나갔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법인과 개인 계좌를 조사한 결과 다수의 법인에서 한 사람이 임원을 겸임하거나, 기업과 그 기업 대표의 계좌가 동시에 이용된 경우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확인됐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해외 송금 국가별로 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3조2800억원 정도가 홍콩이었다. 일본이 약 5200억원, 미국이 약 2600억원, 중국이 2100억원 정도로 확인됐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은 “송금을 처리한 은행들의 책임 여부 등은 금감원이 조사 중이고, 자금의 성격이나 불법 여부 등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소에서 자금이 인출되고 나서 거액이 중화권으로 송금되는 패턴이 지난해 유행했던,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인데, 국내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발생한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의 한 가상화폐 업체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뉴스1

◇해외 송금 85%가 홍콩, 중국 등 중화권

이렇게 해서 특정 중소기업에 모인 돈은 쪼개서 해외로 송금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총 1조6000억원, 신한은행은 11개 지점에서 1238회에 걸쳐 총 2조5000억원 정도의 외화 송금이 이뤄졌다. 금감원은 창업 초기이거나, 매출이 크지 않은 기업들이 거액을 해외로 송금하는데도 은행들이 적절한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금감원 조사의 대상 기간은 2021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다. 특히 ‘코인 광풍’이 정점을 찍었던 작년 하반기가 포함돼 있는데, 작년 하반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대금은 총 2073조원에 달했고, 하루 평균 11조원 정도가 거래됐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말부터는 한국 거래소를 통해 코인 입·출금을 할 경우 국외 계좌도 실명 인증을 하도록 규정이 강화됐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해외에서 한국 거래소 계좌에 들고 나는 코인의 출처를 추적하기가 어려워 코인 투기 자금이 많이 유입됐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 3월 말 이전에는 국외 계좌는 실명 인증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이런 ‘구멍’을 이용해 가상화폐 투기 자금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경유한 북한 자금까지 섞였을지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국정원도 “수상한 외환 송금 조사 중”

금감원은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에서도 ‘수상한 외환 거래’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는 등 금융권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 조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을 검찰, 국정원, 관세청 등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최근 금감원에서 이 사건 관련 ‘수사 참고 자료’를 제출받아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에 넘겼다. 이들 가운데 업체 관계자가 대구에 주소를 둔 A사에 대해선 올해 초부터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수사하고 있다. 대구지검은 올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A사 관련 ‘비정상 거래’ 수십건을 통보받고 계좌 추적을 벌였다. 지난달에도 FIU가 A사의 ‘비정상 거래’를 더 찾아내 대구지검에 보냈다고 한다. 우리은행 지점을 통해 해외로 송금한 1조60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은 A사 계좌에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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