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학생 이념교육 강화.. 우크라 침공도 정당화
러시아가 9월부터 전국 4만여 초·중·고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의무 역사 교육을 실시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를 위해 각급 학교는 매주 월요일 한 시간씩 역사 수업을 해야 한다. NYT는 “수업은 반(反)서방적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애국주의 사상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수업에는 ‘21세기 강대국으로서 러시아의 재탄생’ ‘크림반도와의 통일’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 작전’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또 친러 독재자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등이 화상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초청 연사로 나선다. 내년 3월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기념일을 맞이해 1학년부터 7학년까지 크림반도로 ‘가상 수학여행’도 떠난다. 크렘린궁의 고위 관료인 세르게이 노비코프는 최근 교사 수천명이 참석한 온라인 워크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국가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학생들 의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몇 주 뒤 전국 학교에 전쟁을 지지하는 선전 수업을 열라는 지시를 내렸다. 수업에 참여한 9학년 학생은 NYT에 “원래 컴퓨터 수업 시간이었는데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에 항복했다는 국영 TV 뉴스를 보여줬다”면서 “우크라이나 전황은 정부 소식통을 통한 정보만 믿을 수 있다는 내용의 수업이 이어졌다”고 했다.
러시아 프스코프시의 영어 교사 이리나 밀류티나씨는 “아이들은 전쟁 지지를 상징하는 ‘Z’와 ‘V’를 칠판과 책상, 바닥에 쓰면서 놀고 있다”면서 “몇몇 학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논쟁을 벌이다 주먹질까지 했다”고 했다. 또한 일부 학생은 러시아 군인 흉내를 내며 “싫어하는 친구를 ‘우크라이나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의 선전 교육에 저항해 온 세르게이 체르니쇼프 노보시비르스크 고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은 보통의 러시아인보다 훨씬 더 인도주의적”이라면서 “왜 지금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있는지 쉬운 말로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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