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뭉개는 판사들.. 얼굴 보는데 150일

양은경 기자 2022. 7.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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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사법부 '재판 지연' 심각

전국 법원에서 2년 내에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이 최근 5년간 민사 소송은 약 3배로, 형사 소송은 약 2배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민사 1심 재판은 5개월 안에 마치도록 법에 규정돼 있지만 법원이 기한을 넘기며 사건을 뭉개고 있다. 특히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5년 넘게 판결을 내리지 않은 ‘초장기 미제’ 사건은 5배 가까이로 폭증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재판 지연’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5년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재판 당사자와 변호인들은 “판사 얼굴 한번 보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본지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을 통해 받은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 사건 소장을 내고 첫 재판 기일이 잡혀 합의부 법정에 설 때까지 150일이 걸렸다. 이 기간은 2016년 120일이었는데 5년 만에 30일(25%)이 늘었다. 재판 시작이 늦어지니 판결도 늘어진다. 2016년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재판은 평균 322일 만에 마쳤는데 올 상반기 이 기간이 386일로 늘었다. 민사 합의부 2심 처리 기간도 239일에서 323일로 늘어났다. 형사 합의부 1심과 2심 재판 처리도 각각 53일, 58일씩 늦춰졌다. ‘나 홀로 소송’을 하는 국민들은 “법원에 서류를 낼 때마다 보완하라고만 하면서 정작 내용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아 재판이 늦어진다”고 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이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곳이 법원인데 판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재판을 미룬다면 국민의 고통만 커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재판 지연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 등으로 판사들이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국 배석 판사들이 ‘일주일에 판결문 3건만 쓰겠다’며 암묵적 합의를 했다”는 말까지 법원에서 나온다. 법원 안팎에서 “재판은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인데 재판 지체가 갈수록 심해지면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신속한 재판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할 것” 등의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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