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 뺀 아트페어.. MZ세대와 눈 맞추다

김태언 기자 2022. 7.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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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예술품들은 솔직히 너무 비싸서 꿈도 못 꾸죠. 물론 여기서도 쉽게 고를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맘에 드는 걸 발견하면 돈 더 모아 과감히 지갑을 열지도 모르죠."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서 만난 김은정 씨(24)는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에 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반브레이크 관계자는 "가격이나 정보 측면에서 아트페어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여겼던 MZ세대들이 편안히 찾아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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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일러스트-아트토이 등
소장 욕구 지닌 젊은층에 각광
박물관-미술관, 다양한 굿즈 내놔
비싼 전통 미술품 위주서 달라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에서 MZ세대 관람객들이 아트토이 특별전 섹션에 참여한 토담 작가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어반브레이크
“기존 예술품들은 솔직히 너무 비싸서 꿈도 못 꾸죠. 물론 여기서도 쉽게 고를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맘에 드는 걸 발견하면 돈 더 모아 과감히 지갑을 열지도 모르죠.”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서 만난 김은정 씨(24)는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에 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은 김 씨처럼 20, 30대 젊은 관람객들이 유독 많았다. 어반브레이크 관계자는 “가격이나 정보 측면에서 아트페어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여겼던 MZ세대들이 편안히 찾아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국의 아트페어가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MZ세대들이 미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트페어가 늘고 있다. 특히 개인 소장 욕구를 지닌 MZ세대를 위한 관련 ‘굿즈’ 상품도 많아졌다.

올해 3회를 맞는 어반브레이크 역시 이런 MZ세대를 주 타깃으로 생겨난 아트페어다. 그라피티나 일러스트 작품 등 젊은 세대에 친숙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문턱이 낮은 예술품들을 주로 다룬다. 어반브레이크 측은 “전통적인 미술에 비해 ‘서브 컬처’로 여겨지던 장르의 작품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단 취지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어반브레이크가 선보인 미국 팝아티스트 맷 곤덱의 특별전도 같은 맥락이다. 미키마우스나 심슨 등 만화 캐릭터를 파격적으로 표현한 회화로 유명한 곤덱은 이번 전시에 아트토이 ‘하트 인 어 케이지’ 100점을 선보였다. 개당 230만∼330만 원인 작품들은 순식간에 완판됐다.

4월 서울 성동구에스팩토리에서 열린 ‘더 프리뷰’에서도 작은 오브제 조각품 등을 선보여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어반브레이크
4∼5월에 열렸던 ‘더 프리뷰’와 지난달 개최한 ‘빈칸 아트페어’도 MZ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드로잉이나 일러스트, 아트토이 등이 전체의 20∼30%를 차지했는데, 가격대가 5만∼20만 원 정도인 작품들도 선보여 반응이 뜨거웠다. 예술경영지원센터도 7일 ‘2022년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결산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아트상품이나 굿즈 등 MZ세대를 겨냥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꼽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하는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도 2030세대가 많이 구입한다. 신한카드 제공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굿즈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도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20년부터 선보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2030세대의 구매 비율이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예약을 받았던 7차 판매까지 모두 조기 품절돼 올해 5월부터 상시 판매로 바뀌었다.

리움미술관은 공예작가들과 협업한 도자기나 금속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한정판 ‘미니어처 가구’를 내놓았으며, 작가 30여 명이 전시회를 열 듯 다양한 작품을 판매해 인기가 높다. 이정진 리움미술관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예술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관람객이 많아져 ‘내 생애 최초의 작품’이란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MZ세대의 미술시장 유입은 미술계에서도 반가운 흐름이다. 데뷔 무대를 찾기 힘들었던 신인 예술가들에게도 이런 아트페어 등은 좋은 기회가 되어준다. 장원철 어반브레이크 운영위원장은 “굿즈라고 폄하되는 아트토이나 일러스트도 예술 범주에 받아들여야 한다”며 “아트페어 등이 예술가와 관객들이 함께 자극받고 외연도 확장하는 ‘예술 놀이터’가 되어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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