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용사께 '명예 제복' 입혀주세요" 국가보훈처에 손편지 보낸 초등학생들
“이분들이 목숨 걸고 싸워주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제복 한 벌쯤은 맞춰드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3일 국가보훈처에 노랑·초록 등 색색 편지지 24장이 도착했다. 편지를 쓴 이들은 부산 동신초등학교 6학년 1반 24명. 펜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지의 필체는 제각각이지만, “6·25 참전 용사들을 위한 명예 제복을 무상으로 지급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참전 용사들을 위한 ‘명예 제복’은 보훈처가 지난달 20일 참전 용사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공개한 여름 단체복이다. 이전의 다소 허름한 청색 참전 용사 조끼 대신 단정한 흰색 재킷과 상하의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세련된 디자인으로도 화제가 됐다. 다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실제작까지 이어지진 못한 상태여서, 5만8000여 참전 용사들은 여전히 종전 춘추복·조끼 등을 지정 업체에서 자비로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신초 이승현(12)양은 편지에서 “가족과 헤어지고 가족의 안부도 모르는 채 목숨을 걸고 적군과 맞서 싸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제는 용사분들께 행복을 드릴 차례”라고 했다. 안정민(12)양은 “(용사분들께) 무료로 제복을 주신다면 용사분들이 옛날에 있었던 일에 슬퍼하지 않고 더욱 행복해지실 것”이라며 “제복을 입은 모습을 본다면 우리 후손도 애국심이 절로 생길 것”이라고 썼다. 학생들은 글과 함께 색연필로 태극기나 군복 입은 참전 용사 모습 등을 그려 넣기도 했다.
동신초 학생들이 보훈처장에게 편지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동신초 6학년생들도 참전 용사 제복 제작 전인 지난해 6월 황기철 당시 보훈처장에게 제복 제작을 요청하는 단체 편지를 1차로 보냈다. 담임 선호승(46) 교사는 “지난해 학생들과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에서 열린 라미 작가의 한국전 해외 참전 용사 사진전에 갔다”며 “아이들이 ‘해외 참전 용사들의 멋진 정복이 왜 한국에만 없느냐’며 아쉬워해 편지를 쓰게 됐다”고 했다.
선 교사와 동신초 학생들은 매년 6월 ‘Remember 6·25′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유엔 평화기념관 방문 및 참배, 6·25 참전유공자회에 감사 엽서 쓰기, 보훈 관련 영화 감상 등의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보훈처장에게 편지를 써서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이런 활동의 하나다. 선 교사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평화가 결코 당연하지 않은 ‘감사한 선물’ 같은 것임을 아이들에게 늘 알려주고자 한다”고 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명예 제복 제작을 결정하는 데도 학생들의 편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보훈처는 현재 6·25 참전 용사에게 제복을 무상 지급하고자 예산을 1인당 20만원, 총 110억여 원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해 놓았다. 보훈처 관계자는 “최대한 예산 필요성을 정부에 설득하되, 동신초 학생들의 바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부족분은 기업 후원 등을 받아 참전 용사들이 금전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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