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으로 고생한 ‘사과 화가’… 그린 만큼 먹었다면 건강했을까
흔히 인류 역사를 바꾼 사과가 몇 개 있다고 말한다. 아담의 사과, 만유인력을 알려준 뉴턴의 사과,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애플까지. 여기에 프랑스 화가 폴 세잔(1839~1906)이 그린 사과도 사과 역사 탁상에 올려도 될 듯하다.
세잔은 ‘사과 화가’로 불릴 정도로 사과를 40여 년 동안 줄곧 그렸다. 왜 사과에 천착했을까. 화가로서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세잔은 사과를 오래 보며 그 변화를 그림에 담으려고 애썼다. 사과는 구하기 쉽고, 금방 썩지도 않기에 오랜 관찰 대상으로 좋았다. 그는 화실에 사과를 놓아두고 녹아서 문드러질 때까지 관찰하며 사과를 그렸다고 한다.
결국 세잔은 사과로 미술의 도시 파리를 정복했다. 그는 1893년 <사과 바구니>라는 작품을 통해 마치 여러 각도에서 사과를 바라보는 듯한 다관점 원근법(multiple perspectives)을 적용했는데, 이는 훗날 입체파, 야수파 미술 탄생에 기여했다.
세잔은 인생 후반 당뇨병으로 고생했다. 그는 해골과 썩은 사과를 나란히 배치해 그리곤 했는데, 당뇨병으로 신진대사가 나빠져 삶이 고단하고 죽음에 가까워진 자신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세잔은 폐렴이 악화돼 67세에 세상을 떠났다.
영양학자들은 사과가 당뇨병에 좋다고 말한다.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먹었을 때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을 먹는 게 좋은데, 사과는 혈당지수가 낮다. 비타민 C와 항산화제 성분도 풍부하다. 수분과 섬유질도 많아서 조기에 포만감을 유발, 다이어트에도 제격이다.
‘사과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는 파랗게 질린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잘 익은 사과는 건강에 좋아, 의사가 할 일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설마 의사가 그렇게 되겠냐마는···. 어찌 됐든 당뇨병 화가 세잔이 자신이 그렸던 수많은 사과들을 다 먹었다면, 사과 그림을 더 오래 그렸지 싶다. 세잔 사과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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