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미국 빅테크 실적 줄줄이 악화
순이익 1년전보다 13.6% 급감
PC판매 둔화 영향받은 MS
시장기대치에 밑도는 실적 발표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기대보다 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고 있다.
26일(이하 현지 시각) 빅테크 중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나란히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이다. 27~28일에는 메타(옛 페이스북)와 애플, 아마존이 잇따라 실적을 내놓는데 이들 기업 실적 역시 예상보다 나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실적 악화는 3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달러 강세와 광고 매출 둔화에 타격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올 2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3% 증가한 696억8500만달러(9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3.6% 감소한 160억200만달러(21조원)에 그쳤다. 매출,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핵심 수입원인 광고 매출 증가세가 확연히 꺾인 게 실적 악화의 원인이다. 2분기 구글 광고 매출은 1년 전보다 11.6% 증가하는 데 그쳤고, 특히 유튜브는 4.8% 늘어난 73억4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작년 2분기 유튜브 광고 매출 증가율은 84%였다. 구글의 클라우드(가상서버) 사업은 8억5800만달러 순손실을 내며 적자 규모가 커졌다. 루스 포랏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변동도 매출에 타격을 줬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2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12% 증가한 518억6500만달러(68조원)를 기록했는데, 시장 예상치(524억4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순수익은 1.7% 늘었다. 주당 순이익은 2.23달러로 월가 예상치(2.29달러)를 밑돌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레이션으로 PC 판매가 둔화하며 MS 오피스 프로그램 판매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클라우드(가상서버) 서비스 매출은 40% 늘었지만 1분기 증가율(46%)엔 미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환율 영향으로만 매출이 5억95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이 4센트 감소했다”고 했다.
◇애플·메타·아마존도 작년보다 돈 못 벌어
애플·메타·아마존의 2분기 실적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8분기 연속 좋은 실적을 냈던 애플은 2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8% 늘어난 828억9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순이익은 1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에 따른 수요 둔화와 부품 공급난으로 2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9%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타와 아마존은 더 심각하다. 미 증권가는 “메타가 올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광고 매출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달러 강세, 사용자 감소 등이 원인이다. 아마존은 2분기 순이익이 8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 유통업체 월마트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을 언급하며 올 5~7월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3~1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마존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기름 값 상승에 따른 운송비 증가, 임금 상승 등이 실적 악화에 직격탄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3분기에도 부진 지속할 듯
올 3분기에도 빅테크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 급등으로 수요는 계속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로드 홀 애널리스트는 “충성 고객이 많은 애플은 그동안 높은 상품 가격에도 판매량을 늘려왔지만,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유럽 등에서 수요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 “우리는 경제적 역풍에 여전히 면역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소수이지만 일각에선 빅테크의 실적이 올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현 상황이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인한 단기적 현상이지 빅테크의 장기 사업 전망 자체가 꺾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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