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악보 삼아 연주자처럼 다시 썼다.. 100세에도 배울 수 있다면 그게 청춘!"
“유효기간이 지난 것 같아 책을 절판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과 다르지 않은 부분들이 앞으로도 바뀌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썼다.”
소설가 김연수(52)가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 개정판을 냈다. 50살의 김연수는 34살의 자신을 처음으로 다시 마주했다. 좋아하는 문인들의 문장을 통해 죽음, 생계 등 젊은 날의 불안을 담은 글이 민망했다. 책을 낸 뒤로는 다시 읽지 않았다. 청춘과 어울리지 않는 나이, 코로나로 달라진 세상. 절판하기 전에 책을 펼쳤다. 불안 속에서도 글이 쓰고 싶어 버티는 자신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면서 살아도 괜찮아. 믿기지 않겠지만 믿어야만 해. 그렇게 믿게 되는 과정이 앞으로의 내 인생이 될 거야.”
개정판에는 50대의 깨달음을 담았다. 초판의 글 중 일부를 제외하고, 40대 이후 쓴 글들을 뒤에 추가했다. 김연수는 “책의 제목을 처음 달 때, 나이가 들면 청춘을 누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조급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겼다. ‘아무리 어두워도 개를 발로 차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침마다 초판을 악보 삼아 연주자처럼 글을 썼다. 내 몸을 통과하지 못한 글들을 뺐다”며 “괜히 아는 척하는 문장들도 고쳤다”고도 했다.
김연수는 ‘청춘’이 특정 나이대를 가리키지 않는다고 했다. “청춘은 좋은 의미에서 무지(無知)다. 모르는 게 많아서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 나도 지금의 나를 알았더라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잘 모르는 채로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잘 몰라서 무조건 직진하는 상태가 청춘이다.” 그러면서 “불안은 어느 세대나 유효하다. 20~30대는 제 젊은 시절의 불안이 담긴 책을 읽으며 위안과 지혜를 얻고, 예전에 이 책을 읽은 세대는 저처럼 자신의 청춘을 돌이켜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피는 꽃이 좋았던 시절에는 그 꽃잎들이 지는 걸 굳이 지켜보지 않았다. 이제는 지는 꽃은 모두 화려한 옛 시절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쩌면 인생이란…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모르는 척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
개정판을 마무리짓는 이 문장에는 김연수의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담겼다. “90살, 100살이 돼도 모르는 걸 배워가며 죽을 것 같다. ‘배우자’가 아니라 ‘배워 나가자’라는 건, ‘배움’의 목적이 ‘살자’에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김연수는 ‘책머리’에 서른네 살의 마지막 문장으로 책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친척의 죽음을 돌이켜보며 쓴 문장.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 그럼, 다들 잘 지내시기를.”
같은 문장이지만, 이제는 다른 의미다. “예전엔 알 것 같다고 말했지만, 모른다에 가까웠어요. 근데 이제는 부모님이 두 분 다 돌아가셨거든요. 결국 제가 많은 글을 썼던 이유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지니는 가치를 알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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