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조선 왕실 보물함' 英서 돌아왔다

이소연 기자 2022. 7.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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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에 머물던 조선의 '왕실 보물함'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조선시대 왕실의 어보를 보관하는 상자인 보록(寶~)이 7개월가량의 지난한 설득 끝에 영국에서 한국으로 환수됐다.

문화재청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영국의 한 법인으로부터 구입한 보록을 처음 공개한다"고 밝혔다.

보록은 임진왜란 직후인 1600년대부터 주로 제작돼온 왕실 공예품으로, 조선시대 왕이나 왕비의 인장을 담아두는 용도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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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어보 보관상자 '보록' 공개
작년말 존재 확인후 英법인서 구입.. 소장자 설득-예산 확보 7개월 걸려
"종묘서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 높아"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서 후원
19세기 조선시대 왕실 유물 ‘보록’이 27일 오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역만리에 머물던 조선의 ‘왕실 보물함’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조선시대 왕실의 어보를 보관하는 상자인 보록(寶~)이 7개월가량의 지난한 설득 끝에 영국에서 한국으로 환수됐다. 문화재청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영국의 한 법인으로부터 구입한 보록을 처음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선보인 보록은 가로세로 23×23cm, 높이 27.5cm의 나무로 만든 목함. 네 모서리를 금속으로 감싼 ‘모싸개’ 장식이 눈에 띈다. 보록은 임진왜란 직후인 1600년대부터 주로 제작돼온 왕실 공예품으로, 조선시대 왕이나 왕비의 인장을 담아두는 용도로 쓰였다.

해당 보록은 모싸개 장식 등을 미뤄볼 때 19세기 무렵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은 보록과 인록(印~·왕세손의 도장을 담은 상자) 312점을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록은 왕실 유물의 성격상 원래 종묘 정전에 봉안돼 오다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번에 되찾은 보록 역시 종묘에서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 보록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지난해 12월경이었다. 영국 고미술상에서 유통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접촉에 나섰으나, 보록을 소장한 법인이 벌써 가격까지 합의한 뒤 판매 계약을 앞뒀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번에 놓치면 영영 찾을 수 없을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재단 측은 해당 법인에 “종묘에 있어야 할 왕실 문화재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오게 해 달라”며 설득에 나섰다.

다행히 영국 법인 측은 보록이 가진 의미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오래 걸렸지만 보록의 한국행에 동의했으며, 이후 “예산 마련 문제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기꺼이 받아줬다고 한다.

보록의 환수는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라이엇게임즈는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지금까지 68억7000만 원을 지원해 왔다. 2014년 조선불화 ‘석가삼존도’와 2018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등 6건을 환수했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사회환원사업총괄은 “문화재 보호에 ‘이 정도면 됐다’는 제한이 있을 수 없다. 앞으로도 우리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이 보록이 누구의 어보를 담고 있었는지, 어떤 경로로 해외에 반출됐는지 등을 연구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현재 고궁박물관에서 환수문화재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이 열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 해당 보록을 특별전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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