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총질 당 대표" 앞뒤 다른 '尹 메시지' 논란 확산
대통령실 "사적 대화 노출 유감"…내로남불 해명도 논란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저도 국민의힘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당무(黨務)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그게 당을 수습하고 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당으로 이렇게 해나가는 데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윤석열 대통령 7월 8일 출근길 약식 회견 발언)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윤 대통령이 7월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일까.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던 윤 대통령은 18일 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통하는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이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비판하면서, 권 원내대표 체제 국민의힘을 칭찬했다.
앞과 뒤가 다른 대통령의 메시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27일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메시지가 26일 오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직후 쏟아진 관련 문의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침묵하거나, 권 원내대표 측에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尹대통령, '언론과 윤핵관' 이중적 메시지 파문 확산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27일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관련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 약식 회견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대신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수습에 나섰다. 최 수석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개된 문자를 보면 그동안 대통령께서 이 대표의 윤리위 관련 사건에서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권 원내대표와) 오간 걸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권 원내대표가 이미 입장을 밝히고 설명한 걸로 알고 있다"며 "거기에 덧붙여서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추가 입장을 밝히거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이어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이 돼서 국민이나 여러 언론이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아는 한 대통령이 당무에 대해 일일이 지침을 주거나 한 일이 없다. 그리고 이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하신 바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수석은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거기에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건 조금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윤 대통령의 진심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에 담겼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사실상 이를 부인한 셈이다.
이에 한 기자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왜 내부 총질이라는 말을 썼는지 언론이 직접 듣고 싶다. 그래야 오해가 풀리지 않겠나'라고 재차 물었지만, 최 수석은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를 촬영해서 이렇게 언론에 공개해서 정치적인 쟁점으로 만들고 이슈화하는 건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모습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장소는 '국회 본회의장'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 중이던 '공적인 장소'에서 '공적인 시간'에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기자가 포착해 보도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던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일례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9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관련 기사가 포털 사이트 다음 메인에 반영되자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사에게 텔레그램으로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낸 게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여당 의원의 '포털 외압' 논란이 불거졌고, 당시 국민의힘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포털을 통한 여론 통제를 시도해 왔는지 민주당은 당장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제는 포털에도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라며 "분명한 사과와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도 나서 "언론에 대한 갑질이자 포털 장악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가 논란이 되자, 그 내용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던 국민의힘 정권이 자신들이 같은 장소에서 사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가 논란이 되자 전혀 다른 대응을 하고 있는 셈이다.
◆'메시지 논란' 민주당은 비판 대상, 국민의힘은 보호 대상?
권 원내대표는 논란이 확산하자 SNS를 통해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다음 날(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차 같은 입장을 밝히며 사과한 뒤 "사적인 문자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확인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보내기 위해 작성하던 메시지에 '강기훈과 함께'라고 적은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수석은 '대통령실 직원으로 알려진 강기훈의 입직 경로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라면서도 "대통령비서실에 강기훈이라는 사람은 있다"고 말했다.
1980년생인 강기훈 씨는 2019년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자유의새벽당 창당을 주도했고, 이후 당 대표까지 지냈으며, 지난 대선 기간 청년 정책 관련 조언을 하면서 권 원내대표와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에 따르면 강 씨는 기획비서관실에서 기획비서관의 업무를 보좌하는 일정 관리, 일정 조정 업무를 보좌하고 있으며 임용 절차가 진행 중이라 공무원 급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 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 된 것 같아서 정말 유감스럽다"며 "설사 당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내부 총질이라고 인식했다는 것에서 정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지난 정권에서 민주당이 잘 못할 때 문재인 대통령한테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문비어천가를 외쳤던 민주당 의원들과 젊은 정치인들을 향해서 저희가 '586 앵무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게 안 되려고 옳은 소리 낸 것을 가지고 내부 총질이라고 인식했다는 것에서 매우 아쉽다"라며 "대통령실 참모들이 당 대표, 당 지도부와 관련해 대통령께 어떤 보고를 드리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강 씨와 관련해선 "일각에서 '이 대표 대신 내세우려는 청년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하는 분도 있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고 본다"면서 "이 대표는 당 지도부로서 이루었던 공도 있고,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이긴 결과로서 보여준 분인데, 그걸 단순히 다른 대체제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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