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아버지 혼 위로해 드린듯"
참전기념공원 화강암벽에
4만3808명 고인 이름 새겨
한미혈맹 새로운 상징물로
카투사 전사자 한상순씨 아들
아버지와 찍은 사진 들고 방문
尹 "참전용사 영원히 기억"
27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은 워싱턴DC에서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준공식을 갖고 피로 맺은 한미동맹을 상징할 새 이정표를 공개했다. 준공식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등 양국 국방 수장이 나란히 자리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 존 틸럴리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 이사장, 조태용 주미 대사와 미군 참전용사, 현지 한인 등 3000여 명도 행사에 참석해 '혈맹(血盟)'의 의미를 되새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민식 처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추모의 벽은 미군과 함께 카투사 소속 한국군 전사자를 기림으로써 한미 혈맹의 강고함을 나타내는 조형물"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전쟁을 알리는 역사적 상징물이자 평화의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을 향해 "대한민국을 지켜낸 자유의 수호자이자 진정한 영웅"이라면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여러분의 희생 위에 우뚝 세워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감사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추모의 벽 준공식에 참석하지 못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참모를 통해 기념사를 대독하도록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전 정전협정 기념일 포고문을 발표하고 " 70년간 지속된 평화와 양국 국민의 관계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믿기 힘든 경제적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추모의 벽은 작년 3월 공사를 시작해 정전협정 69주년인 이날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추모의 벽은 공원 중앙에 있는 '기억의 못' 둘레에 설치된 둘레 130m, 높이 1m 규모 화강암 소재의 비스듬한 벽 모양 조형물이다. 벽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카투사 총 4만3808명의 이름이 군별, 계급별, 알파벳 순으로 새겨졌다. 이는 미국 내 참전 기념 조형물 중에서 미국이 아닌 국적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첫 사례다.
총 건립 예산 274억원 가운데 266억원은 보훈처가 지원했다. 나머지는 건립사업 주체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재향군인회 △한국 기업 △국민 성금으로 충당됐다.
추모의 벽은 준공식을 하루 앞둔 26일 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 500여 명에게 먼저 공개됐다. 유가족들은 추모의 벽에 새겨진 영웅들의 이름을 쓰다듬으면서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고인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탁본을 뜨면서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했다.
외삼촌 로버트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추모의 벽을 찾은 스티브 프롤리히 씨(71)는 "베트남전 기념공원처럼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도 모두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이 마련됐다"며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곳"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카투사 전사자인 한상순 씨의 아들 한신희 씨(72)는 자신이 두 살 때 입대했던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기였던 자신을 안고 찍은 아버지의 사진 한 장을 갖고 아버지 이름을 찾아 이번에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추모의 벽 앞에서 아버지 이름을 확인하고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실 것"이라며 "혼을 위로해 드린 것 같아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민식 처장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포화 속으로 뛰어든 영웅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용 대사도 "사랑하는 여러분 가족들의 희생 덕분에 한국은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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