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잇단 '통 큰' 대미투자.."국내 투자 위축 우려"
[앵커]
삼성과 현대, SK 등 대기업들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이자 우방인 미국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윤해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화상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대면 면담이 예정됐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화상으로 대체됐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 내가 당신의 오른쪽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미안해요. 고작 몇백 야드 거리예요.]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 220억 달러, 29조 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투자 분야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그린 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4가지입니다.
[최태원 / SK그룹 회장 : 우리는 미국에 220억 달러를 추가로 신규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투자 결정으로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내 일자리가 2만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통 큰' 대미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삼성과 현대그룹 총수들도 두 달 전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5월) : (삼성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든 최초의 글로벌 기업으로, 이런 우정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계속 발전시키길 기대합니다.]
[정의선 / 현대차그룹 회장 (지난 5월) :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5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진한 지지율을 만회하려고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이유로 대기업들의 자본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또, 미국을 견제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중국의 입장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실제로 대중국 투자는 사드 사태가 불거진 지난 2017년 이후 주춤하는 추세입니다.
[이재수 /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역협력 팀장 : 미·중 갈등 심화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우방국에 대한 투자와 동남아 등 안정된 지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국 위주로 공급망 체계를 개편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합니다.
[문종철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산업에 대해 대규모의 대미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다만, 국내 투자와 고용 창출을 끌어내기 위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YTN 윤해리입니다.
YTN 윤해리 (yunhr09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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