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이 이준석 떠난 장면들..尹 문자 공개에 정치권 후폭풍 [뉴스+]

조성민 2022. 7. 2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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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양두구육..앞에서 웃고 뒤에서 윽박질러"
우상호 "이준석 제거, 尹·윤핵관 공동작품 확인돼"
박주민 "尹 대통령, 당권 싸움 한 가운데 있는 듯"
尹, 입당부터 이 대표와 잦은 충돌..앙금 쌓였을 것
1년 전 尹 대선캠프서 "당 대표 탄핵" 발언 재조명
윤핵관·친윤계 연일 항명·견제하며 이 대표 흔들기

의도치 않게 드러난 ‘윤심(尹心)’에 후폭풍이 거세다. 윤 대통령은 26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당무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윤 대통령이 당 권력다툼에 개입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당내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가 주장하던 ‘윤핵관 배후설’이 다시금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섬(여의도)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라며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며 양두구육(羊頭狗肉) 뜻을 덧붙였다. 이는 훌륭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그렇지 않은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곤혹스러운 여당·몰아세우는 야당

권 대행은 문제의 메시지가 공개된 지 2시간여 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대화 내용은 물론 사적 대화가 유출된 것이 ‘치명적 실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민생 챙기기보다 당무 개입이 우선이냐”고 맹폭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씀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허언이었느냐”며 “민생경제 위기에 대책 마련은 뒷전인 채 권력 장악에만 몰두하는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의 모습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제가 오래전부터 이준석 대표 제거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 공동작품이라고 했는데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제는 이 대표에 의지해 젊은이들의 표를 구걸하더니, 이제는 내부 총질을 한다며 바로 젊은 대표를 잘라내는 대통령과 윤핵관의 위선을 보며 정치가 잔인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대정부질문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그동안 당내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연거푸 말했는데 오늘 주고받은 문자를 보니 이 대표를 징계하고 내치는 데 배후 역을 맡지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민낯, 부끄럽다”며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겨우 한 달 전의 호언장담은 어디가고 오늘 밝혀진 대통령의 민낯은 낯 뜨겁기 그지없다. 오히려 국민의힘의 당권 싸움 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있음이 더 분명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후 나온 권성동 대행의 사과문은 더 기가 찬다. 해명의 대상이 국민이 아닌 오직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글 같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박 의원은 또 “권성동 대행은 사건의 경위를 말로만 밝히지 말고 앞선 대화의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라. 그리고 최근 언론에 의해 의혹이 제기된 이준석 당 대표 징계의 핵심 근거인 ‘7억 투자각서’의 행방에 대해서도 밝히기 바란다. 그러면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 대정부 질문 리뷰나 남기고 여당 대표 뒷담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재확산 우려가 현실이 된 코로나 상황을 엄중히 대처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서민경제 회복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침묵하는 모양새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7일 “대통령께서 당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서 정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말 탄핵 이후에 무너져가던 당시 야권을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가 새롭게 선출되면서 대선 이기고 지선 이겼지 않느냐”며 “설사 당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 했다고 해서 그것을 내부 총질이라고 인식하셨다는 것에서 정말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도 이날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관련한 대목에는 평가를 아끼는 한편 문자를 노출한 권 대행의 책임을 부각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尹, 정계 입문 시작부터 입당 두고 李와 기싸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대선 전부터 수차례 충돌하며 갈등을 표출해왔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관계를 봉합해 대선을 치르고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에도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의 측근들과 이 대표는 서로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당의 내홍을 주도했다.

이들의 갈등은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지난해 6월29일)을 할 때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는 당시 윤 전 검찰총장에게 계속 입당을 압박했고, 윤 전 총장은 “압도적 정권교체를 하겠다”며 “입당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이 같은해 7월 말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캠프를 확대하자, 이 대표는 “8월 말 경선”을 강조하며 입당하지 않을 시 캠프 합류 인사들에 대해 “싹 징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맥주 회동’을 통해 입당을 조율하면서 화합하는 듯했지만,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없는 사이 전격 입당하며 ‘당 대표 패싱론’이 불거졌다. 지난해 7월30일 윤 전 총장의 입당 원서를 받은 사람은 ‘윤핵관’ 권영세 당시 대외협력위원장이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 대표를 불편해하는 심기가 드러났다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몇달 뒤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가) 입당할 때 (나를) 패싱하긴 했다”며 “다시는 정당사에 반복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스1
입당 과정에서 양측의 앙금이 누적되는 사이 지난해 8월 윤 총장 대선캠프에서 이 대표 탄핵이 언급되면서 갈등은 폭발한다. 윤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이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추진 중인 대선 후보 토론회를 비판하며 “당 대표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면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대표 측은 즉각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탄핵 이야기를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당 경선준비위원회 행사) 보이콧 종용과 (지도부) 패싱 논란, (그동안)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며 “경선 과정에서 당내에서 이런 일 터지면 어찌어찌 봉합해도 본선에서 터지면 나락”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 통화 내용을 녹음한 데 이어, 실무진이 이를 문서화하고 당 밖으로 유출되며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녹음과 녹취록이 유출된 사실을 보고받았다”라며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尹 대선 후보 시절 등장한 ‘윤핵관’…이준석과 대리전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시절에도 지도부가 주관한 행사에 연달아 불참하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을 부추겼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에도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인선 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이 대표와 마찰했고, 선대위 일정마저 이 대표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장제원 의원(왼쪽),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29일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기고 잠행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잠행 중에도 “당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지만, 12월3일 윤 후보가 이 대표가 있는 울산으로 찾아가 회동하며 가까스로 봉합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한 달도 가지 못했다. 지난해 12월21일 당시 윤 후보의 공보담당을 맡고 있던 조수진 최고위원이 이 대표와 설전하던 중 “내가 왜 당신 명령을 들어야 하나”라며 공개적으로 ‘하극상’을 벌인 것이다. 이 대표는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그럼 누구 명령을 듣나”라고 반박했지만, 조 위원은 “난 후보 말만 듣는다”고 맞섰다. 참다못한 이 대표가 책상을 내려치고 나오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윤핵관’은 이 시기쯤 등장하기 시작한다.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이 모르는 사실들이 언론에서 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입을 통해 기사로 나와 갈등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2일 JTBC 뉴스룸에 나와 “윤핵관은 여러 명”이라고 밝혔으며, 조 위원과 충돌 사건을 언급하며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며 대선을 함께 치렀고, 승리했다. 하지만 윤핵관과 이 대표간 당내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지난 8일 이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윤핵관 배후설’마저 나돌았다. 게다가 이 대표 징계를 두고 출근길 문답에서 “안타깝다”고 했던 윤 대통령이 ‘윤핵관’ 맏형 권 대행에게 ‘이 대표 뒷담화’를 한 것이 드러나며 징계 과정에서 ‘윤심’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재점화한 상황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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