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시장 격리"..쌀 수급 안정책 '있으나 마나'
[KBS 청주] [앵커]
치솟는 물가와 다르게 쌀값은 폭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풍년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소비는 예전 같지 않아선데요.
이럴 때를 대비한 쌀값 안정책이 있지만 효과를 보진 못하고 있습니다.
진희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청주지역의 한 농가 창고.
지난해 수확한 벼가 6톤 넘게 쌓여있습니다.
헐값에 내놔도 가져간다는 데가 없습니다.
한 달 뒤부턴 올해 심은 벼를 새로 거둬야 하는 농민은 속이 타들어 갑니다.
[김도경/쌀 생산자협회 충북본부장 : "농사를 열심히 지어서 풍년을 만들어야 되는데 더 힘들어지는 거에요. 밥 한공기에 300원 요구하는데 이게 무리한 요구냐."]
지난해 풍년으로 전국 쌀 생산량이 40만 톤 가까이 늘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산지 쌀값은 80kg에 17만 7천 원대로 지난해 수확기 평균보다 17% 넘게 떨어졌습니다.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입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정부는 2년 전 최소한의 소득을 보전해주던 직불금을 없애는 대신 '시장 격리'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쌀 생산량이 수요보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거나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벼를 매입해 수급을 조절하는 겁니다.
하지만 농가들은 의무 규정을 두지 않아 실효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유광호/청주시 농업인단체협의회장 : "강제성을 둬야만 농민이 평년보다 수확량이 더 나와도 안심하고 농업에 종사할 수 있지, '할 수 있다'라는 것은..."]
실제, 가격 하락세는 지난해 말부터 뚜렷했지만 시장 격리는 올해 2월부터 3차례 나눠 진행돼 가격 안정 효과가 반감됐습니다.
[김도경/쌀 생산자협회 충북본부장 : "이미 쌀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데에서 시장 격리를 하고 있는 거에요. 의미가 없는 거죠."]
공급 과잉과 소비 감소, 때늦은 시장 격리까지, 농민들은 오히려 풍년을 걱정해야 할 처집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촬영기자:김장헌/그래픽:박소연
진희정 기자 (5w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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