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쉴 때 쉬고 싶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에 한숨 쉬는 노동자들 [이슈+]

구현모 2022. 7. 2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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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쉴 때 쉬어보고 싶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펼치리라는 것은 모두가 예상했고, 그동안 유통업계가 요구해오던 사안이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비스 분야는 지나치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분야이기 때문에 (의무휴업일 폐지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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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의 그림자 '장시간 노동'
주말도 없이 일하는 마트 노동자들 과로사 잦아
"대기업 이윤 위해 노동자 희생시킨다" 비판도

“남들이 쉴 때 쉬어보고 싶습니다.”

강원 원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40대 김모씨에게 ‘주말’은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매달 둘째 주, 셋째 주 일요일에서 둘째 주, 셋째 주 수요일로 변경된 탓이다. 주말에 있는 결혼식, 돌잔치 같은 행사는커녕 가족끼리 다 모여서 외식하러 나가기도 쉽지 않다. 형식적으로는 주5일 근무를 하지만 의무휴업일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도 불규칙하다. 휴식일에도 사람이 없거나 일이 많으면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비록 평일이지만 아예 마트 문을 닫는 의무휴업일만큼은 눈치를 덜 보고 쉴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6일 인천의 한 마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제공
김씨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관절염도 있고 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며 “그나마 쉬는 날이라도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로 인해 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강도 높은 육체노동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들은 ‘의무휴업일’이 휴식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민제안에 접수된 민원 10개를 선정해서 오는 31일까지 온라인 국민투표를 진행해 상위 3건을 국정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2시 기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가 가장 많은 표를 받고 있어 국정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의무휴업일을 폐지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매월 이틀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하고 영업시간도 오전 0시부터 10시 사이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 재계와 유통업계는 해당 법을 고쳐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동계는 과거처럼 대형마트들이 24시간 365일 영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야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는 데다, 실제 의무휴업일이 도입되기 전에는 심야노동을 하다가 쓰러지는 노동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휴무로 닫혀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정준모 정책국장은 “최근에도 매장에서 배송을 위해 물품 분류(피킹) 작업을 하시던 분이 과로로 사망하셨다”며 “주말에는 손님이 몰려서 노동강도가 가중되는데 주말 수당을 따로 주는 것도 아니다. 마트노동자들은 의무휴업일이 있는 지금도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헌법재판소에서도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 재판관 8대1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해당 법안이 강한 자본력을 가진 소수 대형 유통업체의 독과점에 의한 유통시장 거래질서 왜곡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고,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의 건강권 확보도 국가의 보호의무가 인정되는 공익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해당 법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대기업에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온다.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계산하고 있다. 뉴시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펼치리라는 것은 모두가 예상했고, 그동안 유통업계가 요구해오던 사안이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비스 분야는 지나치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분야이기 때문에 (의무휴업일 폐지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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