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전사자 이름 만지며 눈물.."덕분에 한국 민주주의 발전"
[앵커]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추모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 전사자 4만3천여 명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추모의 벽이 준공식에 앞서 유가족들에게 먼저 공개됐습니다.
현장에 김양순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돌쟁이 아기를 두고 카투사로 참전했다 휴전되기 보름 전 전사한 아버지.
젊은 아버지 품에 안겼던 아기는 이제 노인이 되어 영어로 새겨진 선친 이름 석자를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한신희/故 한상순 씨 아들 :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한 부분에 대해선 아들로서 진짜 자랑스럽고. 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실 것 같아요."]
젊디 젊던 동생은 유해를 찾지 못해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지만 그의 희생은 추모의 벽에 단단히 새겨졌습니다.
[브렌다 랏/한국전쟁 유가족 : "동생은 한국의 일부분으로 계속 남아있을 겁니다. 그의 유해는 늘 그곳에 있겠죠. 이 추모의 벽은 유일한 표식입니다. 그가 살아있었고, 또 죽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표식이요."]
70여 년 만에 마주한 이름, 한자 한자 더듬어 혈육을 찾아내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옵니다.
한국전쟁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4만 3천여 용사들.
이들을 기억하게 해달라는 참전용사들의 청원은 12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카를로스 멘도자/한국전쟁 유가족 : "한국 정부에 감사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리워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브렌다 밴더쿠이/한국전쟁 유가족 : "여기서 이렇게 이름을 보네요. 마침내 이름과 숭고함을 마침내 (삼촌의) 이름과 숭고함을 보고 기억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은 유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조태용/주미 한국 대사 : "전쟁터에서 복무하고 스러진 그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한국전쟁 전사자와 실종자들의 이름 옆에는 이렇게 추모의 의미로 꽃이 놓여 졌습니다.
내일은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할 예정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서삼현/코디:이세영/자료조사:박제은
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