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하청'이 부른 노동시장 이중구조
[앵커]
"용접사 구합니다"
조선업 관련 대화방에 채용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용접불꽃이 튀는 현장, 조선소 노동자의 임금은 시급 9160원.
대부분, 올해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조선업이 불황에서 벗어나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다지만 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계속 불황의 터널 안에 멈춰있는 겁니다.
"이렇게 관심 받은 게 처음이고 또 고맙다" 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말처럼 뒤늦게 현실이 알려졌다면 다음 순서는 대안을 찾는 일입니다.
우리 조선업의 현실을 짚어보는 연속기획, 오늘(27일)은 이런 저임금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기형적인 다단계 인력구조를 들여다 봅니다.
박기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동자 강병재 씨는 7년 전 5개월여 동안 60m 높이의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습니다.
다단계 하청 구조를 없애고 원청업체의 고용성을 인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강병재/전 조선업 하청 노동자/2015년 9월 : "똑같은 능력으로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절반의 임금, 절반의 복지, 이런 차별들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단계 하청은 기형적인 구조로 변해갔습니다.
[강병재/전 조선업 하청 노동자 : "더 악화됐다고 봐야죠. 하청 다단계를 통해서 여러가지 나쁜 고용 형태도 있고. 가장 불안한 것은 고용이 불안하잖아요."]
다단계 하청이 자리잡은 건 조선업의 수주가 호황기를 맞은 1990년대입니다.
원청인 조선소는 필수 노동자만 직접 고용하고 많게는 수십여 곳의 사내 하청업체를 둡니다.
원·하청이 일감을 다 처리하지 못할 때는 일정 기간 특정 공정에 이른바 '물량팀'이 투입됩니다.
재하청입니다.
반면, 수주 불황에 일감이 줄때는 원청은 1차 하청 가운데 일부만 남기는 구조입니다.
원청 입장에선 인력 관리가 수월해지고, 업체 간 수주 경쟁으로 비용도 줄이게 되지만, 하청은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노사간에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입니다.
[양승훈/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사내 하청이 노동의 유연성 확보 외에도 원가 절감, 경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너무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2016년 수주가 급감하자 원청 노동자는 2만여 명이 줄어든 데 비해, 하청 노동자는 7만여 명이 감소했습니다.
불황기에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겁니다.
[조선업 재하청 물량팀 관계자/음성변조 : "위에서 내려오는 돈은 짜고, 밑에 사람들을 굴려야 되는데 그만큼 돈을 못주니까. 이제 회사를 아예 폐업 처리를 하는 거죠."]
이 때문에 영세 하청업체들은 다음 물량을 따내기 위해 원청업체가 공사 대금을 적게 주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감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윱니다.
[대우조선 전 사내하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기성금을 받아봐야 95%가 인건비인데, 5% 세금 내면 무슨 마진이 있습니까. 망하면 또 다른 사람이 하고 이렇게 다단계 되풀이식입니다."]
대우조선과 하청 노조는 이번 파업의 주요 원인이 된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불합리한 인력 구조가 바뀔 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영상편집:안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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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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