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외교'로 보폭 넓히는 조코위

박은하 기자 2022. 7. 2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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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중국·일본 찍고 오늘 한국에 동아시아를 순방 중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위 사진 왼쪽)이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를 하고 있다. 27일에는 일본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아래 사진 오른쪽)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AFP연합뉴스
중국과 경제협력 강화 속
“일본 자위대와 합훈 실시”
러·우크라서 중재 행보도
자원·지정학적 위치 무기
‘안정적 경제성장’에 초점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일본 자위대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개발도상국이 겪는 식량위기를 내세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를 추진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최근 행보다.

조코위 대통령의 폭넓은 중재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구·자원 대국인 인도네시아가 지닌 잠재력과 냉전시대 ‘비동맹’ 외교 전통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자화된 질서’를 내세우는 중국·러시아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추진하는 일본 모두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오는 10월 말 자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준비를 위해 지난 26일부터 동아시아를 순방 중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순방 첫날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 심화, 다자주의 강화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 주석이 2년6개월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하는 자리였다.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1월 이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을 제외하고는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상회담도 화상으로만 진행해왔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 중국에 팜유 수출을 늘리고 인도네시아 북칼리만탄에 있는 산업단지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조코위 대통령의 방문과 관련해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가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27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났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포함해 해양질서 유지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다음달 인도네시아에서 실시되는 인도네시아군과 미군의 합동훈련(가루다 실드)에 처음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일본은 그 밖에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 계획 등과 관련해 436억엔(약 42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유지해온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를 해제했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달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끌어냈다. 러시아에 앞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외교적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모두 초청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G20 의장국이다.

조코위 대통령이 중재외교에 나서는 목적은 인도네시아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이다. 2014년 취임한 조코위 대통령은 투자 유치, 신산업 육성, 여러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전역을 잇는 교통망 강화 등 경제 문제에 천착해왔다.

조코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지고 팜유 수출 중단으로 자국에도 불똥이 튀면서 본격적인 외교 행보에 나섰다.

인도네시아가 가진 잠재력과 지정학적 위치는 조코위 대통령의 중재외교를 뒷받침하는 무기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000만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코발트, 망간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으며 니켈 생산량은 세계 1위이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이 무역분쟁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서 중국의 제1 석탄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비동맹·중립 노선이란 외교정책의 전통을 지녔다는 것이 인도네시아의 강점이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항한다는 점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패권에 맞서는 결의”란 표현을 쓰며, 인도네시아가 과거 비동맹 노선으로 제3세계 식민지 독립에 기여한 역사를 언급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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