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상민 해임건의 멈칫..尹거부권 변수에 '탄핵'꺼내나[송종호의 여쏙야쏙]
14만 경찰 전체회의 철회 화답형태 사과..경찰국엔 원칙강조
민주당, 장관 해임건의안·탄핵 전방위 대응 예고..속내는 신중
'거야횡포' 프레임 역풍 가능성 배제못해..8월 새 당대표에 달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사과했습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발언에 경찰관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한다.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쿠데타 관련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에 대해 제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14만 일선 경찰이 전체회의를 철회한 데에 따른 화답 형태이기도 한데 경찰국 신설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이 장관은 “저는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경찰을 단 한번도 비난하거나 폄훼한 적이 없다. (쿠데타 관련 발언은) 지극히 일부분이긴 하지만 일부 서장 내지 총경들의 무분별한 집단 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지, 성실히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경찰에 대해 얘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자리를 통해 오해를 풀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과거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국정상황실에 파견된 현직 경찰관들을 통해 공식 지휘라인을 통하지 않고 (경찰 조직에 대한) 통제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경찰국 신설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잘 지켜졌나’라는 물음에도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경찰국 설치가 위법이라고 보느냐’는 이만희 의원 질의에 “위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행안부 경찰국 신설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조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상민 장관)탄핵 거론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력대응 태세를 예고했습니다. 민주당은 경찰국 신설이 민주주의 후퇴와 직결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87년 민주항쟁의 노력 끝에 내무부로부터 독립된 경찰청을 다시 행안부 지휘하에 두는 것은 ‘과거 회귀’라는 겁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경찰장악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비대위원인 한정애 의원을 선임했다”며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경찰국 신설에 대한 민주당의 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도 될 수 있고, 탄핵도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판 위에 올려놓고 검토할 것”이라며 “대책위에서 상위법령을 위반한 시행령과 관련해 문제점을 낱낱이 따질 것이다. 장관의 법령 위반은 탄핵 요건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및 탄핵소추안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을 다 열어 두고 전방위 대응을 벼르는 중인데 속사정은 복잡합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해임건의안은 실효성이 없고 탄핵소추를 검토하지만 역풍이 불 수 도 있어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당의 고민은 총선에 있습니다. 2년 후에 치러질 총선이 이 장관 탄핵소추나 해임건의안과 직결될지 의아할 수 있지만 탄핵소추의 역풍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뚜렷하게 목격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비해 강도나 파급력이 적지만 이 장관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인용될 경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래서 집권여당이 일을 못했다” “거야(巨野)의 횡포로 장관도 지킬 수 없었다”며 거야(巨野)프레임으로 반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 장관도 쿠데타 발언에 사과를 했으니 민주당 입장에서도 강공 드라이브를 계속 이어가기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국회 의안정보 기록을 보면 제헌 국회 이후 지금까지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164건이 발의됐지만, 통과는 단 6건에 불과합니다. 통과율 3.65%. 임철호 농림부(1955년), 권오병 문교부(1969년), 오치성 내무부(1971년), 임동원 통일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2003년), 김재수 농림부(2016년) 장관 해임건의안이 의결됐습니다. 이들 중 김재수 전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장관 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상민 장관도 김재수 전 장관과 같이 가결 뒤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입니다. 김재수 전 장관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해임건의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해임 건의 안이 거대 야당들의 횡포라며,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을 보이콧하고, 건의안을 직권상정한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을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까지 했습니다. 남는 게 없는 장사인 셈입니다.
탄핵소추안은 어떨까요. 그간 탄핵소추는 모두 15건(동일대상 의안은 1건으로 집계)으로 가결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부장판사 3건입니다. 장관 탄핵소추안은 단 한번도 가결된 적이 없습니다. 해임건의안도 그렇지만 탄핵소추도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 과반 찬성이면 통과됩니다. 169석 민주당 단독으로 모두 처리가 가능한데 단 한번도 가결된 적 없는 장관 탄핵을 단독으로 처리하면 경찰국 설치 이슈는 온데간데 없이 거대야당의 횡포라는 프레임만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가뜩이나 복합위기 속에 국회가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역풍까지 불면 그 파고는 총선까지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안그래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교섭단체 연설에서 ‘(박근혜)탄핵’을 언급했다가 당 안팎의 우려와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 여론 추이를 계속 지켜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민 장관 행태를 보면 상당히 거칠고 무례하다.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사안들은 쌓이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국회 내에서 먼저 이 문제를 따져보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 원내대표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우 위원장 답게 다방면의 조치를 검토해가며 민의가 모아지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말입니다. 다만 8·28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거부할 수 없는 개혁 과제들을 전략도 내용도 부족한 채 섣불리 밀어붙이다가 명분도 실리도 잃었던 과거를 답습했다가는 총선의 부메랑이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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