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총질' 파문에 당혹감 휩싸인 與..엿새만에 고개숙인 권성동(종합2보)
權, '90도' 허리 숙여 사과·질문엔 묵묵부답..리더십 다시 시험대
울릉도 머무는 이준석 "그 섬에선.." 여의도에 '양두구육' 메시지 응수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류미나 최덕재 홍준석 기자 =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지칭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노출되면서 여권이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내에선 이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 인식의 일단이 확인된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동시에 윤 대통령과의 사적인 문자 메시지를 노출한 셈이 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향후 추이에 따라 이 대표 징계 후 물밑에서 꿈틀거리던 당권 경쟁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당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단 원내지도부는 문자 메시지 공개의 후폭풍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 징계에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은 확대해석이라는 것이다.
권 대행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지난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권 내 내홍과 국회 원구성 지연과 관련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한 지 엿새 만이다. 권 대행은 앞서 지난 20일에도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자신의 '9급 공무원'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권 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을 잘 이끌고 와준 데 대한 격려 차원에서 얘기하는 것이 나타난 것"이라며 "대통령이 당무에 관여했다든가 그런 측면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대행은 이날 사과 표명 후 4차례에 걸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계속 묵묵부답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최고위 회의도 권 대행의 지방 일정이 있어 취소했다.
그러나 뒤숭숭한 당내 상황이 쉽사리 정리될지는 다소 불투명해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등에 '윤심'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당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개된 문자 메시지를 보면 당 지도부가 용산(대통령실)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거나, 용산의 하명을 수행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보지 않겠나. 지금이라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청년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염원이 담긴 쓴소리와 성장통을 어찌 내부총질이라고 단순화할 수 있나"(박민영 대변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싫어했다는 소문이 원치 않은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 된 것 같아 유감스럽다"(김용태 최고위원)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당내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권 대행의 리더십에도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내대표 취임 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 9급 공무원 발언, 윤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공개 등이 이어지면서 구심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카메라 포착을 우려, 의원들 사이에선 '본회의장 휴대전화 사용 주의' 메시지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터진 권 대행의 '사고 아닌 사고'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권 대행 취임 후 석 달 만에 대국민 사과를 몇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리더십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당이 정부를 뒷받침 해줘야 할 책무가 있는데, 이렇게 갈등을 보여주는 모습은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했다.
당장 지도체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지만, 원심력이 계속 커질 경우 지도체제 논의에 대한 논의의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사고' 상황에서 당헌상 조기 전당대회를 열 순 없기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경우 최고위원의 총사퇴가 전제돼야 한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공부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총질' 파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울릉도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의도를 '그 섬'으로, 울릉도를 '이 섬'으로 지칭하면서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빗대 '내부총질' 문자 메시지 공개 파문을 에둘러 저격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해당 문자가 윤 대통령의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의미한 건 아니라며 "특별히 이준석 대표도 오해는 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전해 오해의 소지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 못 알아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수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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