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세 번 사과..제대로 허리 펴지 못하는 권성동 체제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 번복
'사적 채용' 논란 사과 이어
문자 유출로 또 고개 숙여
'조기 전대 필요' 당내 주장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된 데 대해 “당원 및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육성으로 사과했다.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 노출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권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한다”며 메시지 내용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권 대행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8일 원내대표 취임 이후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 것만 세 번째다. 원내대표 취임 직후 야당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사과하며 합의를 번복해 리더십에 1차 타격을 입었다. 권 대행은 지난 8일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이후 ‘대표 직무대행’ 역할을 부여받고 당을 수습하는 듯했지만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등 표현으로 공분이 커지자 지난 20일 사과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으로부터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며 공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 징계 전후로 제기되던 지도체제를 둘러싼 당내 이견은 최근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권 대행의 휴대전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권 대행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당내 시선이 늘고 있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에 윤 대통령 의중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까지 불러오면서 대통령과 당을 어려움에 빠뜨린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진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 대행 체제에 대한 공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비공식적으로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권 대행 책임을 지적하는 의원들이 많다. 한 친윤계 의원은 “장제원 의원이 오죽했으면 자중하라고 했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도 “당원들이 납득할 만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까지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 노출돼 일부 오해를 느낀 점은 바람직하지 않고 유감스럽다”고 하면서 권 대행 입지는 좁아진 모양새다.
현재로서는 이번 사태가 지도체제 교체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친윤계 의원은 “분명 사퇴감이지만 대안이 없다”며 “(당헌·당규상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능해) 직무대행 체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 혼란 극복을 위해 이 대표가 사퇴해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권을 노리는 김기현 의원 등이 이러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친윤계는) 조기 전당대회를 해서 이 대표가 6개월 뒤에 돌아오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 향방이 권 대행 진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5%포인트 이상 떨어지면 (권 대행) 사퇴 압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조미덥·유설희·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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