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 상태 확인 안 하고 '실밥 제거' 간호조무사에 맡겼다면..대법 "의료법 위반"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간호조무사에게 실밥 제거를 맡겼다면 의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와 간호조무사 B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20년 1월 간호조무사 B씨에게 이마거상술 수술을 받은 환자의 실밥을 제거할 것을 지시했다. 자신이 다른 환자를 수술하고 있어 B씨에게 실밥 제거를 시킨 것이다. 이에 B씨는 A씨 등 다른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단독으로 환자의 실밥을 제거했다.

A씨와 B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실밥 제거 과정에서 ‘의사의 지도·감독’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의료법은 의사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진료보조행위는 간호조무사도 할 수 있다. 다만 ‘의사의 지도·감독하에서’라는 단서가 붙는다.

A씨는 실밥 제거 행위는 진료보조행위이고, A씨가 B씨로부터 환자의 상태를 보고받은 뒤 실밥 제거를 지시했기 때문에 ‘의사의 지도·감독하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시에 실밥을 제거하지 않으면 흉터가 남게 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술로 인한 위험성이 작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