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기자]하루 새 가라앉은 '경란'..당근·채찍 둘 다 썼다

강은아 2022. 7. 27. 19:37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는기자, 아자 시작합니다.

하루 만에 가라앉은 경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회1부 강은아 사건팀장과 경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질문1] 강 팀장, 불과 24시간 안에 경찰의 입장이 뒤바뀌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김성종 경감이 경찰 내부망에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제안한 건 어제 오전 8시 30분쯤입니다.

20여 분 뒤,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며 경찰의 집단행동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요.

이후 9시간 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 발령된 류삼영 총경이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립니다.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칠 수 있다"며 전체 경찰회의에 우려를 표하는 내용이었죠.

그리고 오늘 아침 7시 7분, 김성종 경감이 내부망에 '전체 경찰회의 자진철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립니다.

자칫 14만 전체 경찰의 집단 항명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경란' 사태, 이렇게 일단락됐습니다.

[질문 2] 대체 그 사이 경찰 내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네, 정부는 경찰에 취할 수 있는 '채찍'과 '당근'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우선 경찰 반발에 정공법을 택했는데요.

단체 행동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대기 발령이나 감찰 같은 인사 불이익을 주며 강경 대응을 고수했습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의 '인사 불공정 해소'를 강조하면서, 순경 출신들의 고위직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현재 전체 경찰의 96.3%가 순경 출신인데요.

비경찰대 출신에게는 당근으로 작용했고, 경찰대 출신에게는 거꾸로 채찍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질문 3]그렇다면 경찰 내부 여론이 분열되면서 사실상 힘을 잃은 걸로 봐야겠네요.

그렇습니다.

내부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사실상 실패한 겁니다.

제가 오늘 여러 경찰 간부들과 직접 통화를 해봤는데요.

실제 내부에선 "경찰국 신설을 막기에는 상황이 너무 나아갔다",

"더 반발해봐야 조직이기주의로만 비칠 수 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경찰국이 비경찰대 출신들에게는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는 공감대도 일부 형성됐다고 합니다.

다만 이상민 장관이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12·12 쿠데타'에 비유한 데 대해서는,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질문 4]그런데 경찰대와 비경찰대가 경찰 조직 안에서 어떤 차이가 나기에 이러는 건가요?

경찰이 되는 경로,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순경부터 시작하고요.

간부후보생 전형으로 합격하거나 경찰대를 졸업하면 경위, 변호사 경력이 있으면 경감으로 채용되기도 합니다.

경찰의 인력구조를 봐야 하는데요. '경찰의 별'로 불리며 일선 경찰서장을 주로 맡는 총경급 이상부터 인원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인력구조가 피라미드가 아니라 압정 모양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문제는 총경급 이상을 거의 경찰대 출신이 차지한다는 겁니다.

특히 경무관 이상을 보면요, 순경 출신은 3명뿐이고, 경찰대 출신은 88명이나 됩니다.

전체 경찰에서 경찰대 출신은 2.5% 밖에 안 되지만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행안부는 경무관 승진자 중 순경 출신을 현재 3.6%에서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5] 그렇다면 이제 경란, 완전히 끝난 건가요?

그렇게 보긴 좀 이른 감이 있습니다.

오는 30일 회의를 전국 경찰이 모두 모이진 않더라도, 일부 뜻 있는 경찰만이라도 모여서 하겠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고요.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어떤 형태로 상황이 마무리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강은아 기자 euna@donga.com

Copyright © 채널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