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하청'이 부른 노동시장 이중구조
[KBS 창원] [앵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조 파업 사태의 주요 원인이 된 건 기형적인 다단계 하청의 인력 구조였습니다.
원청업체는 인력 관리가 수월해지고 하청업체 간 수주 경쟁으로 비용도 줄이는 대신, 하청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노사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왜 이런 구조가 고착화됐는지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박기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동자 강병재 씨는 7년 전 5개월여 동안 60m 높이의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습니다.
다단계 하청 구조를 없애고 원청업체의 고용성을 인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강병재/전 조선업 하청 노동자/2015년 9월 : "똑같은 능력으로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절반의 임금, 절반의 복지, 이런 차별들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다단계 하청은 기형적인 구조로 변해갔습니다.
[강병재/전 조선업 하청 노동자 : "더 악화됐다고 봐야죠. 하청 다단계를 통해서 여러가지 나쁜 고용형태도 있고, 가장 불안한 것은 고용이 불안하잖아요."]
다단계 하청이 자리잡은 건 조선업의 수주가 호황기를 맞은 1990년대입니다.
원청인 조선소는 필수 노동자만 직접 고용하고 많게는 수십여 곳의 사내 하청업체를 둡니다.
원·하청이 일감을 다 처리하지 못할 때는 일정 기간 특정 공정에 이른바 '물량팀'이 투입됩니다.
재하청입니다.
반면,수주 불황에 일감이 줄때는 원청은 1차 하청 가운데 일부만 남기는 구조입니다.
원청 입장에선 인력 관리가 수월해지고, 업체 간 수주 경쟁으로 비용도 줄이게 되지만, 하청은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노사간에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입니다.
[양승훈/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사내 하청이 노동의 유연성 확보 외에도 원가 절감, 경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너무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2016년 수주가 급감하자 원청 노동자는 2만여 명이 줄어든 데 비해, 하청 노동자는 7만여 명이 감소했습니다.
불황기에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겁니다.
[조선업 재하청 물량팀 관계자/음성변조 : "위에서 내려오는 돈은 짜고, 밑에 사람들을 굴려야 되는데 그만큼 돈을 못주니까. 이제 회사를 아예 폐업 처리를 하는 거죠."]
이 때문에 영세 하청업체들은 다음 물량을 따내기 위해 원청업체가 공사 대금을 적게 주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감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윱니다.
[대우조선 전 사내하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기성금을 받아봐야 95%가 인건비인데, 5% 세금 내면 무슨 마진이 있습니까. 망하면 또 다른 사람이 하고 이렇게 다단계 되풀이 식입니다."]
대우조선과 하청 노조는 이번 파업의 주요 원인이 된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불합리한 인력 구조가 바뀔 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영상편집:안진영/그래픽:백진영
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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