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전류에도 한류가 있다! 요르단 전기는 한국산?

이승윤 2022. 7. 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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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류에도 한류가 있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중동 지역 중심에 있는 요르단입니다.

요르단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저는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요르단 중고차 사업의 비리를 캐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3: 최후의 성전>,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의 배경으로 요르단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페트라가 등장합니다.

이스라엘의 이웃 국가이다 보니 성서에 등장하는 성지도 은근히 많고, 나라 이름도 성서에 나오는 요르단 강에서 따왔습니다.

그런데 요르단 사람들은 구글로 자기 나라 정보를 찾아볼 때 애를 먹는다고 합니다.

요르단을 영어로 읽으면 '조던'인데 NBA 농구의 전설 마이클 조던과 같아서 요르단은 안 뜨고 조던 관련 내용만 뜬다고 하네요.

요르단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과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산유국이 즐비한 중동에 속해있지만, 기름을 비롯한 지하 자원은 거의 없습니다.

과거 요르단 국왕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땅을 거래했는데, 팔았던 그 땅이 하필 원유가 나오는 곳이라 요르단 국민이

안타까워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름이 나오는 땅과 바꾼 땅이 바로 요르단의 대표 무역항 아카바이기 때문인데, 아카바는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등장하는 중동 내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중개 무역으로 먹고사는 요르단으로선 기름이 나오는 땅보다 무역항이 더 소중하다는 인식을 보여줍니다.

요르단은 중동의 중심부에서 어디로든 뻗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북쪽으로 시리아, 동쪽으로 이라크, 서쪽으로 이스라엘, 남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동 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상대적으로 정국이 안정된 요르단으로 피신합니다.

실제로 요르단 북쪽에는 내전을 피해 수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피난 와 있고, 수도 암만에는 예멘 난민들이

피난을 와 있는 상태입니다.

또, 중동 전쟁으로 이스라엘에 살던 팔레스타인 난민들도 요르단에 살고 있습니다.

중동의 중심이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전력과 남부발전 등 우리 전력 회사들은 중동 지역 해외 발전 사업의 교두보로

요르단을 선택했습니다.

전력 사업은 확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력 사업의 확장성? 무슨 뜻일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남북이 군사 분계선으로 갈라져 있고 중국과 일본과는 바다로 갈라져 있는 우리나라는 전력 환경 측면에선 섬이나 다름없습니다.

반면 이웃 관계인 프랑스와 독일은 전력선으로 연결돼 있어서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독일이 수입해 가곤 합니다.

한국전력이 요르단에 진출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고 이후 그 이웃 나라인 UAE에 진출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같은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공통점이 있는 데다 경제적 협력 관계가 깊은 만큼 우리가 운영하는 발전소 간 송전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2시간 정도를 차로 달리면 사막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복합 화력 발전소가 하나 서 있습니다.

바로 알카트라나 발전소입니다.

주변에 가까이 다가가니 소음이 엄청납니다.

주변에 민가가 없는 이유를 알만하네요.

그래도 알카트라나 발전소는 요르단 국민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틴 / 요르단 국적 발전소 관리자]

"한국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부지런해요. 요르단에서 거래하기 좋은 사람들입니다."

373MW 규모의 알카트라나 발전소는 요르단 전력의 1/10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 수도인 암만은 암흑천지로 변하게 됩니다.

그런데 복합 화력 발전이란 건 뭘까요?

발전 연료로 2가지 이상을 같이 쓰는 걸 말합니다.

알카트라나 발전소는 가스와 경유를 같이 쓰네요.

만약 이집트 쪽 사정으로 가스 공급을 못 받으면 경유나 중유로 발전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안정성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뭘까요?

사실 알카트라나 발전소가 들어서기 전엔 요르단 수도 암만은 전력 사정이 불안해 수시로 정전이 발생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합니다.

알카트라나 발전소는 2010년에 착공돼 2012년 준공식이 열렸는데 압둘라 요르단 국왕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큰 기대 속에 가동을 시작했고, 상업 발전을 시작한 이후 가동률은 96% 정도로 그 기대를 충족시켜 왔습니다.

2008년 알카트라나 프로젝트 수주 당시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미국 AES, 일본의 미쓰비시를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는데 이는 중동에서 6번의 실패를 딛고 얻어낸 한전 최초의 중동 진출이었습니다.

전력 구매 계약은 보통 25년 동안 이뤄지게 됩니다.

알카트라나 발전소는 매년 140억 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요르단 정부가 발전 전력 구입을 100% 보장하고 전력 요금 지급을 보증한 덕분입니다.

[인터뷰: 아흐메드 / 요르단 국적 발전소 관리자]

"한전은 우리에게 필요한 투자와 전력을 제공했어요. 요르단 국가 전력망에 매우 중요하기에 한전에 감사드립니다."

이후 1,204MW 규모의 사우디 중유 발전, 1,600MW 규모의 UAE 가스 발전 사업을 수주했고 요르단 수도 암만에 있는 573MW 규모의 디젤 발전 사업도 따냈습니다.

이처럼 전력 사업은 다른 분야로 확장 효과도 큽니다.

요르단에서 가스 복합 화력 발전으로 시작해서 디젤 발전에 이어 풍력 발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남부발전 관계자]

"신재생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새로운 계획이 설립됐고, 그것에 맞춰서 저희 풍력 발전이라든지 태양광 발전에 대해 저희가 사업 정보를 많이 입수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풍력 발전에 대해 제안을 해서 저희가 수주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한전은 요르단 푸제이즈에 89.1MW 규모의 풍력 발전을 운영 중이고, 남부발전도 요르단 타필라에서 풍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설계 기준보다 풍황이 훨씬 좋아 지난해 7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태양광 발전까지 하게 되면 가스, 디젤, 풍력에 이어 대망의 에너지 분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됩니다.

보통 우리나라가 전력 사업에 진출하는 나라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 동반 진출하게 됩니다.

알카트라나 건설과 운영에는 롯데건설과 남부발전이 각각 참여했습니다.

또 두산, 대경 등 국내 업체가 기자재 공급의 38%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발전소 하나가 수출되면 국내 기업이 동반 진출하는 효과가 있는 셈입니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지만 결코, 외롭지 않은 알카트라나 발전소!

그 이유는 바로 전력은 국경을 뛰어넘어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유럽으로도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인터뷰: 황 수 환 / 한국전력 지사장]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 그다음에 시리아, UAE가 있고, 그쪽으로 조금 넘어가면 터키나 이란도 있습니다. 또 서쪽으로는 유럽 쪽으로 진출해서 거기에 유럽의 전력이 모자랄 적에 중동을 기반으로 해서 유럽 쪽으로 진출할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 쪽도 중동을 기반으로 해서 나갈 수가 있습니다."

요르단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알카트라나 발전소 이야기를 알아봤습니다.

만리타국에 온 많은 한국 직원들의 오랜 노고에 힘입어 전류에도 한류가 흐르게 됐다는 사실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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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risungyoon@ytn.co.kr]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YTN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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