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위험, 감도 안 잡히는데".. 학원가 '자율방역' 대혼란

이진경 2022. 7. 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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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권고' 뿐인 방역 대책
규제보단 자발적 거리두기 강조
단체활동 자제·유급 휴가 등 권고
"권고라면 학원선 원격 안 할 것"
학부모 "술집은 제한 안 하면서.."
원스톱진료기관 등 확대 지지부진
"현 상황 위험성 명확하게 알려야"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최모(43)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아이는 계속 학원에 보내고 있다. 학원도 정상 수업 중이고, 학원을 안 가면 오후에 아이가 집에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으니 감염 위험이 어느 정도로 높은지 감도 안 잡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6차 유행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일상방역의 생활화’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시간·인원 제한 등 규제 중심의 거리두기보다는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과 ‘권고’가 얼마나 잘 수용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27일 서울 도심 한 식당가에 설치된 전자식 체온계 모습. 뉴스1
정부는 27일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교육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인사혁신처 등 정부부처가 총출동해 공직사회, 근로자, 감염취약시설, 학교·학원, 다중이용시설·관광, 대형유통시설에서의 방역방안을 발표했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이용할 학원에는 원격교습 전환과 단체활동 자제를, 민간 회사에는 유급휴가 및 병가, 가족돌봄휴가 사용 보장을 권고했다. 공직사회가 솔선해 재택근무·선제적 검사를 실천하고, 다중이용시설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질병 특성이나 대응 역량 등 방역 여건이 달라졌다”며 “정부는 기존의 전파 차단을 위한 ‘규제에 의한’ 거리두기는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고, 국민의 질병으로 인한 피해와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단 없는 일상회복 속 방역기조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참여율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당장 학원·학원가에서 반발이 나온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아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의 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A(29)씨는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방식을 전환하면 사실상 학생 중 절반은 학원을 끊는다고 봐야 한다”며 “권고라면 학원에서 절대 원격수업을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의 한 보습학원 관계자도 “원격수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거부감이 있어 원격수업 전환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부처별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학부모는 “술집 등은 제한하지 않고 학원에 원격수업을 권고하는 게 맞느냐”고 토로했다.

업무공백을 우려해 근로자들에 아예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말라고 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한 회사는 사내 확진자가 발생하자 ‘역학조사 때 접촉 사실을 기입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이전과 같은 거리두기는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경각심을 느슨하게 만들어 자율방역을 힘들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주도의 거리두기는 효과가 없다’는 데 대한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 방역 당국은 지난 3월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완화할 경우 확진자 증가 추계 결과만 제시했을 뿐, 지금처럼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상태에서의 영향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국민인식조사 결과 국민참여형 자율방역 유지(58.5%)가 거리두기 등 정부 주도 방역정책 강화(38.5%)보다 많았다는 점을 들었지만, ‘대규모 행사 제한’이나 ‘국민의 경각심 제고’ 등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포함하지 않고 선택지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증가하는 코로나19 확진자는 현 의료체계 내에서 감당해야 하는데, 원스톱진료기관과 중환자 병상 확충은 지지부진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8일 만에 10만명대를 기록한 27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정부는 재유행 극복을 위해 국민의 자율방역 참여를 강조하지만, 안일한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제현 선임기자
정부는 이달 말까지 원스톱진료기관을 1만대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6562곳이다. 지난 20일 1435개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1276병상은 일주일 내 가동될 수 있다고 한 것과 달리 늘어난 병상수는 378개뿐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현 상황의 위험성과 메시지를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상태로는 속으로 곪아 터져 악화할 때까지 모를 위험이 있다”며 “거리두기는 마지막 카드로 쓴다고 해도 검사, 역학조사, 치료, 백신 접종은 제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경·이정한·이희진·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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