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만에 다시 수화기 드는 미중 정상..대만·반도체 동맹 등 '첩첩산중'
"갈등 수위 조절하자" 공감대
현안마다 입장 차이 커, 회담 성과 미지수
'갈등의 증폭이냐 완화냐'
미국과 중국 정상이 4달 만에 다시 대화에 나선다.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출범 등 군사·외교·경제 모든 현안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양국의 긴장 수위를 관리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각의 현안에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뚜렷한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날 경우 양국의 강대강 대치는 더 고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 중간선거, 중 시진핑 3연임 앞두고 '갈등 관리' 필요성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8일 통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만 긴장 상황, 우크라이나 문제, 경제적 측면을 포함한 양국 간 경쟁을 관리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지난 3월 이후 4달 만이다.
양국 간 고위급 소통은 최근 부쩍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첫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재무장관-부총리 통화(5일), 합참의장 통화(7일), 외교장관 회담(9일) 등을 연달아 열며 외교·경제·군사 분야에서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과열된 패권 경쟁을 관리 가능한 수준에 두자는 공감대를 형성해온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격인 중간선거(11월)를, 중국은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지을 제20차 당대회(10월 예상)를 각각 앞두고 있다"며 "양측 모두 내치에 집중해야 할 시기여서 외교적 소모전은 되도록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현안서 입장 차이 커...갈등 증폭 전망도
'긴장 완화'에 양국이 뜻을 모았지만, 각각의 현안에서 이견을 얼마나 좁힐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가장 민감히 여기는 대만 문제만 해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이 갈등 증폭의 새 불씨로 떠올랐다.
중국 국방부는 26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중 관계의 기초까지 파괴할 것"이라며 "미국이 고집을 피운다면 중국군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성명이 아닌 국방부 성명을 통해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향할 경우 군사적 대응이 있을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시 주석 또한 이번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라"며 어느 때보다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 동맹)도 양국 긴장 완화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며 전 세계 시장을 갈라놓는 것을 반대한다"며 칩4 동맹 결성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칩4 동맹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중국에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의 참여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 통화에서 반도체 공급망 이슈가 언급되는 것만으로 미중 사이에서 어떤 결정도 내리기 어려운 '한국의 외교적 딜레마'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양국 입장 차이도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재차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가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따른 자충수"라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손쉽게 풀릴 것으로 보였던 미국의 대중국 관세인하 정책도 아직 표류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관세 인하 정책을 공표하려다, 미국 내 산업계의 반발로 이를 미뤄둔 상태다. 커비 조정관은 "두 정상이 경제 문제에 관해 논의하겠지만 중국이 희망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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