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북송금 루트땐 국내은행 美 제재대상.. 딜레마에 빠진 尹정부

강길홍 2022. 7.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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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27일 4조원이 넘는 외화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해당 거래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아져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임을 확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북 송금을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내 은행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국제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라며 "해외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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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외환송금 4.1조 미스터리
국정원장·법무장관 잇따른 미국행
검찰 이어 국정원도 해외업체 조사
美·유엔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도

금융감독원이 27일 4조원이 넘는 외화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과연 이 자금이 어떤 성격의 돈인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거액의 자금이 몇몇 기업이나 개인을 거쳐 해외에 보내진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선 갖가지 추측이 나온다.

◇"대북 송금 가능성 배제 못해" = 가장 유력한 얘기는 북한의 자금세탁에 이용됐을 가능성이다. 두가지 사실이 이런 유추를 뒷받침한다. 첫째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이 거래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국정원 조사와 관련해 "금감원에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일반 기업이나 개인들간 단순 거래라면 국정원이 직접 나설 까닭이 없다.

금감원은 해당 거래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아져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임을 확인했다. 해외 법인에 대해서는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로 귀금속 관련 업체 등이었는데 주소가 불명확하거나 회사 실적이 거의 없는 등 정상 법인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서류상만의 '가짜 회사(페이퍼 컴퍼니)'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가 나서 해외 송금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과 관계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물론 국정원, 검찰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설 만큼 '큰 사안'임을 밝혀주는 대목이다.

둘째는 김규현 국정원장에 이어 한동훈 법무장관도 미국에 다녀왔다는 사실이다. 김 국정원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했다. 한 장관은 취임 44일 만인 지난달 29일 7박 8일 일정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한·미 '사법 공조'를 위해서라지만 그가 방문한 곳은 세계은행그룹(WB)과 연방수사국(FBI) 등이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닌 법무장관이 세계은행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 장관은 세계은행의 클리포드 프레이저 부총재 겸 법무실장 대행, 모하마도우 다이엔 부총재 겸 감사실장과 면담한 바 있다. 이 모두가 4조원이 넘는 이상 외화거래가 대북 송금과 관련이 있으며, 이에 대한 의견 조율 차원의 방미였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정부의 딜레마' = 만약 대북 송금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정부로선 이를 공식 발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국내 은행들이 대북 송금을 도운 꼴이 되면서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나 유엔 안보리 제재는 '주의 의무(Due diligence)'를 규정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북한과 연루되더라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은 최근 북한의 새로운 자금줄이 된 가상화폐와 관련한 제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제재 리스트에 올라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정상적인 금융 서비스가 어려워진다. 정부로서는 난처한 입장에 빠지는 셈이다.

지난 19일 방한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미 재부무에서 대북 제재 문제를 총괄하는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차관도 우리 정부와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의 대북 송금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제적인 망신도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북 송금을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내 은행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국제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라며 "해외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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