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총질' 문자에 與게시판 시끌.."김삿갓 같은 심정" 부글부글

조동주기자 2022. 7. 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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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사적 대화 유출돼 오해"..이준석 "오해없이 명확히 이해"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등원해 원내대표실 앞에서 전날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두고 ‘내부총질 당 대표’라고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여권 내 여진이 만만치 않다. 대통령실은 27일 ‘사적 대화’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확전 자제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과의 메시지를 노출한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저의 부주의”라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 대표가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을 인용하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데다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며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는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일제히 뒷수습 나선 대통령실과 여당

대통령실은 전날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논란이 된 메시지가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 간 사적 대화라는 점을 내세웠다. 최영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 나서 “대통령실이 (권 원내대표의 설명 외에) 공식적으로 추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 노출돼서 국민이나 언론들이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최 수석은 이 대표 징계에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선 사견을 전제로 “당무는 당 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윤 대통령이 일일이 지침을 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면서 “이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하는 바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건 조금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출근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공개돼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밝힌 데 이어 이날 재차 사과한 것이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메시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메시지가 공개되자 대통령실과 교감한 후 페이스북에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 李 “양머리 걸고 개고기 팔아”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뒤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이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자성어인 양두구육을 빗대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적었다. ‘정상배’는 정권을 이용해 사익을 꾀하는 무리를 뜻하는 단어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앞서 “당 대표까지 지냈고 정치를 하신 분인데, 이 대표도 (공개된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오해를 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한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해의 소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 못 알아들었다고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일제히 뒷수습에 나섰지만 여당 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윤심’이 결국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 당 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했다. 당 홈페이지에도 2000개가 넘는 갑론을박 글이 쏟아졌다.

권 원내대표를 겨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된 실언에 이어 또 다시 야당의 비판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초선 의원은 “하늘이 부끄러워 삿갓을 쓰고 다니는 김삿갓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도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뭘 할지 보여줘야 할 시기에 원내대표의 이런 자충수에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당 리더십 교체, 즉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곤혹스러운 상황을 갖고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고, 정진석 의원도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여권 내 의구심이 커졌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당 관계자는 “당장은 지켜보자는 국면이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면 당권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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