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있는 자신감보단 근자감 중요"..허준이 교수가 밝힌 성공비결
“자신감이 중요해요. 근거 있는 자신감 말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요. 근거 있는 자신감은 언제든 부서질 수 있어요. 필즈상을 받았다고 하면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확신이 들까요? 근거가 없는 자신감이 유연성을 줍니다”
고교 시절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의 꿈은 시인이었다. 대학 진학은 수학과가 아닌 문리천문학과로 했다. 학부 졸업반이 되어서야 수학자가 되었다. 갈팡질팡 진로를 바꿔온 허 교수는 지난 5일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 “이 길이 맞을까 하는 불안감에 어떻게 대처했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허 교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답했다.
서울대는 27일 오후 4시쯤 상산수리과학관에서 ‘허준이교수 필즈상 수상기념 수학강연회’를 열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현장강연에는 사전에 등록한 서울대 구성원만 참여했다. 강연 내용은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강의에 앞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BTS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노벨상과 필즈상을 받는 인재는 언제 나오냐는 말이 있었는데 드디어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분이 필즈상을 받아 축하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150여명이 앉은 강연장에서 “조합론과 호지이론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 줄기를 엮어서 말씀드려보려 한다”고 입을 뗐다. 현장의 열기를 반영하듯 학생들은 강연장 앞쪽 자리부터 채워 앉았다. 청중 가운데는 백발이 성성한 서울대 연구진들도 보였다.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강연에서 허 교수는 ‘호지 이론’을 통해 대표적인 조합론 난제인 ‘리드 추측’을 증명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호지 이론은 대수기하학의 한 분야로, 조합론과는 다른 갈래로 구분됐다. 허 교수는 이 경계를 깨고 대수기하학을 조합론 풀이에 접목해 리드 추축을 증명했고, 이 공로로 필즈상을 수상했다.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대부분 학생들의 질문이었지만 연구진의 질문도 있었다. 허 교수는 전문 분야가 아닌 컴퓨터공학 등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어려운 문제는 하지 않습니다”라고 솔직히 답하기도 했다.
강연을 들은 대학원생 이상규씨(26)은 “진로나 연구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면서 “생명정보학 전공이라 수학을 접목할 때 기초가 약해 불안감이 컸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을 듣고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허 교수 바로 옆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사인을 받은 대학생 채지민씨(21)도 “불안했었는데 허 교수의 말을 듣고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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