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학·철강 실적 하향세 뚜렷..반도체도 '안갯속'

이정훈 2022. 7. 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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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2분기 실적 발표
LG디스플레이 4883억 영업손실 등
전자업종 '코로나 특수' 소멸 가시화
롯데캐미칼, 중간배당 취소
포스코홀딩스는 '비상경영' 선포
SK하이닉스 "하반기 수요위축 직면"
현대차는 영업이익 2조 '호조'
엘지(LG)디스플레이 모델들이 자사 오엘이디 티브이(TV)용 패널을 소개하는 모습. 엘지디스플레이 제공

엘지(LG)디스플레이가 2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락세가 주요 기업 실적에서도 뚜렷하게 보여진다. 하반기엔 반도체 쪽까지도 상황이 나빠질 예상되며, 일부 그룹들이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거나 투자를 줄이고 있다.

27일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전자·화학·철강 업종에서 내림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이날 2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5조6073억원의 매출을 올려 48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분기 기준으로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20년 2분기(-5170억원) 이후 2년 만이다.

하반기엔 상황이 더 안좋아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 티브이 전세계 출하량은 4517만대로, 처음으로 분기 출하량이 4600만대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하반기에는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엘시디(LCD) 패널 공급 과잉률이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3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가격이 더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영우 에스케이(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비대면 수요 증가 효과가 끝나고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하반기에도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하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좋았던 반도체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2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13조8110억원의 매출을 올려 4조19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4%와 56% 증가했으나 회사 경영진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노종원 에스케이하이닉스 사장은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수요 위축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메모리 수요 전망도 당초 예상 대비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내년에는 투자 지출을 상당폭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단기 수요가 많은데 수요가 줄면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계속 줄어들 전망이라 실적도 이와 연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사업 분야는 견조하지만, 반도체 수요가 줄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엘지전자 등 전자 업종도 ‘코로나 특수’가 끝나가는 상황이다. 이 달 초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에서 매출은 77조원, 영업이익은 14조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는 늘었지만, 3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던 매출 증가세는 꺾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에서 실적이 떨어졌고, 반도체가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마저 부진해질 경우 실적이 더욱 주춤해질 수 있다. 엘지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7917억원(잠정치)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수요 감소로 하반기에는 더 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화학·철강 업종도 부진하다. 엘지화학은 이날 2분기 영업이익이 878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9% 줄었다고 공시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약속한 중간 배당을 4개월 만에 취소했다. 영업이익이 급감해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제품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랐다”며 “보릿고개가 연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예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비용 상승·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인 경제 충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변종만 엔에이치(HN)투자증권 분석가는 “6월부터 철강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며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하반기에 상반기 대비 20∼30%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동차 업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양새다. 현대차 2분기 매출은 35조9999억원, 영업이익은 2조97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58% 증가했다. 구자용 현대차 아이아르(IR) 담당(전무)은 “올해 전기차 시장은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생산 차질로 누적된 내수시장을 포함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자동차 대기수요는 여전히 증가세를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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