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경찰회의 철회.. '경찰대 개혁' 놓고 찬·반 의견 엇갈려 ['경찰국 신설 갈등' 숨고르기]
권구성 2022. 7. 27. 18:24
하루 만에 분위기 반전 왜
"자칫 사회적 비난대상 우려" 부담
일부선 소규모라도 행사 강행의지
정부 '경찰대특혜' 오랜 논란 자극에
조직내부서 미묘한 기류변화 감지
이상민, 경찰국 국장 등 인선 착수
"특정 출신 독식 않게 골고루 발탁"
"자칫 사회적 비난대상 우려" 부담
일부선 소규모라도 행사 강행의지
정부 '경찰대특혜' 오랜 논란 자극에
조직내부서 미묘한 기류변화 감지
이상민, 경찰국 국장 등 인선 착수
"특정 출신 독식 않게 골고루 발탁"
경찰국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하루 만에 전격 취소됐다. 정부가 경찰국 신설에 이어 경찰대 개혁에도 나서면서 경찰 조직 내에서는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경찰 반발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윤석열정부의 경찰 개혁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직장협, 대국민 홍보전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부·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7일 서울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열고 있다. 하상윤 기자 |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주도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망에 “어제(26일)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해결방법이 없어진 현실에서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철회 입장을 밝혔다. 김 경감에 앞서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서장도 전날 경찰 내부망에서 “경찰관이 다시 모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릴 수 있다”며 자제하자는 의견을 냈다.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취소됐지만 내부적으론 여전히 반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당초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에 지구대·파출소장도 참석하자고 주장했던 류근창 경감은 “첫 제안자가 철회했지만 30일 행사는 진행하겠다”며 “장소는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국한하지 않겠다. 적은 동료가 모이더라도 14만이 모인 효과를 품격 있게 보일 수 있는 행사로 준비해 보겠다”고 했다.
경찰직장협의회도 사흘째 서울역 등 전국 각지에서 경찰국에 반대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벌였다.
일각에선 정부가 전날 경찰대 개혁을 예고하면서 경찰 내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만 경찰 조직에서 2.5% 수준인 경찰대 출신이 총경 이상 고위직에선 과반을 차지하는 등 경찰 내에선 이른바 ‘경찰대 카르텔’이 오랜 논란거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찰대 개혁에 나선 것은 경찰대 출신과 비(非)경찰대 출신 간의 오랜 앙금을 자극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경위 임관이 된다는 것은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경찰대 기능을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지 담론이 필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출발선상은 맞춰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당장 경찰 내 목소리도 엇갈린다.
경찰대 출신의 한 총경은 “경찰대는 특정 대학이라기보다 사관학교의 성격으로, 인재를 유입시켜 조직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특정 대학 출신의 고위직 비중이 높다는 건 경찰 조직만의 문제도 아닌데,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비경찰대 출신의 한 경찰관은 “경찰은 ‘승진에 목숨 건다’ 할 정도로 승진이 어렵고 중요한 조직”이라며 “출발선이 다르다는 건 조직에서의 역할이나 역량의 차이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경찰대는 입학시험이 아닌 임용시험”이라며 “일반 대학과 성격이 다른 만큼, 경찰대 출신의 경위 임용을 불공정하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소수의 경찰대 출신이 다수의 비경찰대 출신보다 고위직을 많이 차지하고 주류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쟁점 아닌가 싶다”며 “경찰은 군에 버금하는 무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면서 공무원이기도 한 특수성을 가진 곳으로, 그 특성을 고려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무궁화클럽 “경찰국 설치” 경찰과 소방, 해경의 하위직 퇴직자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국 설치 및 경찰대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정부는 경찰국 신설과 경찰대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장관은 전날 경찰국 설치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바로 초대 경찰국장을 포함한 인선에 착수했다. 이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어제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니 이제 (경찰국장) 인선을 해야 한다”며 “경찰대가 됐든 간부후보생이 됐든 고시 출신이 됐든 구별을 두지 않고 어느 분이 적합한지 고민해서 초대 경찰국장 인선을 대통령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가 경무관 승진 대상자 중 일반 출신을 20%까지 늘릴 방침인 만큼 경찰국은 다양한 입직경로의 경찰공무원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일반 출신 경무관은 최근 5년간 평균 3.6%에 그친다. 이 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종전처럼 한쪽 출신이 경찰 주요 보직을 다 차지하도록 하지 않고 골고루, 출신별로 주요 보직을 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달 2일 업무를 시작하는 경찰국은 국장을 포함해 16명으로 이뤄진다. 이 중 80%가 경찰공무원이다.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과 3개 과가 설치되며 이 중 인사지원과장과 자치경찰과장은 경찰 총경이 맡는다.
권구성·조희연·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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