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한국 반도체 놓고 미·중 힘겨루기.."너는 누구 편이냐?"
[앵커]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우리의 주력 수출 상품인데요,
최근 미국이 우리에게 반도체 동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요,
반도체 관련 주가에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는 최근 정세, <글로벌 ET>에서 홍석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자, 결국 우리한테 불똥이 튀는 건가요?
[기자]
'칩4'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반도체 칩과 네 개 국가란 뜻입니다.
미국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과 일본, 타이완이 '반도체 동맹'을 맺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자는 겁니다.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소재와 부품을 가진 일본, 그리고 메모리 생산 1위인 한국과 위탁 생산 1위인 타이완이 동맹을 맺자는 겁니다.
이들 네 나라의 점유율을 합치면 90% 이상이거든요.
성사될 경우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고립되게 됩니다.
경제 동맹이긴 한데, 실질적으로는 안보 동맹의 성격도 있어요.
미국이 우리에게 참여할지를 다음 달까지 결정해달라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앵커]
중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특히 우리에 대해서 반발이 클 것 같고요.
[기자]
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원색적인 비난을 했습니다.
"한국의 '칩4 동맹' 참여는 '상업적 자살'"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공식 견해를 밝히면서는, 한국 반도체 수출 물량의 60%가량이 대중국 수출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자오리젠/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26일 : "한국이 한중 관계와 함께 세계 산업과 공급망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기를 바랍니다."]
또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3%로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앵커]
미국은 왜 중국과 각을 세우며 우리나라에 참여를 요청하는 걸까요?
[기자]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잖아요.
미국 혼자서는 중국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 들어보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현지시각 25일 : "세계 반도체 생산량에서 미국 생산량이 40%에서 12%로 줄어드는 동안 중국 생산량은 2%에서 16%로 늘어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 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했고요,
최근 SK가 반도체 위주로 29조 원 규모의 미국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데 대해 '역사적 발표'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결국,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겠단 의도인데요,
얼마 전 옐런 재무장관이 방한 때 계속 한 말도 '프렌드 쇼어링', 동맹국끼리 뭉치자는 것이었습니다.
[재닛 옐런/미국 재무장관/지난 19일 방한 당시 : "우리는 중국 같은 나라들이 원자재와 기술, 제품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우리 경제에 피해를 주는 걸 놔두지 않을 겁니다."]
[앵커]
G2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입장이 참 쉽지가 않네요.
[기자]
네, 현실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 회사들이 원천 기술 특허 등으로 압박을 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이 큰 피해를 볼 수 있거든요.
아까 '칩4'가 사실상 '안보 동맹'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반대 로비를 펼치고 있다며 의회에 법안 통과를 거듭 호소했습니다.
'반도체 지원법'의 근거가 되는 법안이 국방과 안보에 관한 국방수권법이거든요,
때문에 앞으로 '칩4' 국가들에 대해서는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반도체 관련 첨단 노광 장비가 중국으로 가는 걸 막고 있습니다.
[앵커]
가장 걱정되는 게, '제2의 사드 사태' 우려는 없습니까?
[기자]
중국은 아직 자국 내 반도체 수요의 절반 정도만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라 우리나라로부터 수입이 꼭 필요합니다.
다만 한한령 때처럼 문화와 관광 등 다른 산업 분야에 미칠 여파가 문제입니다.
[이창양/산업통상자원부 장관/지난 21일 : "다른 산업에도 이 '칩4'가 어떤 영향을 미칠 건지도 좀 신중하게 볼 생각입니다."]
한한령 때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남아 있습니다.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과의 격차가 많이 벌어진 1위고요.
따라서 미국에 협조는 하되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신중하게 유지해가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이번 주에 전화 통화를 한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반도체 문제도 언급될 거로 예상됩니다.
[앵커]
두 강대국 사이에서 참 어렵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반도체 관련인 만큼, 현명하고 세련되게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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