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내렸다는데..세입자 "주거비 부담 여전"

이가람 2022. 7. 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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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매매에서 전세로 넘어간 수요가 다시 월세로 이전되면서 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사실상 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보증금은 6억7788만원으로 지난달(6억7792만원)보다 소폭 내렸다. 서울 기준 아파트 평균 전세가가 하락한 것은 지난 2019년 4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수도권 기준으로도 4억6920만원에서 4억6846만원으로 조정되면서 3년 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기준으로도 서울 전세가는 다섯 달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 1월 상승 폭이 0.01%로 축소된 후 2월 -0.11%→3월 -0.12%→4월 -0.05%→5월 -0.03%→6월 -0.04% 등 반년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반면 월세가격은 29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R114가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4.1%)을 적용한 환산보증금이 5억9470만원에서 6억189만원으로 719만원(1.2%) 오른 것을 토대로 도출했다.

월세를 찾는 세입자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체결된 임대차계약 46만4687건 가운데 24만6066건이 월세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전체 거래에서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지난해 상반기(42.4%)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 등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가 증가하고,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번거롭게 대출을 실행해 높은 수준의 이자를 은행에 내느니 집주인과 상의해 일부분 월세로 돌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서는 월 80만원 안팎이었던 주거비가 14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는 호소가 줄을 이었다. 대다수 누리꾼이 집주인과 상의해 보증금을 낮추고 대출 이자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월세를 책정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전세가는 매매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집값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반면 공급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2053건으로 한 달 전(2만7591건)과 비교해 16.1% 늘었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 시기가 전통적인 전세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값은 내리고 월세값은 오르고 있는 상황"이며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세입자들이 신규 임차 수요로 편입되는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했던 전세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전세 성수기인 가을철을 맞아 입지가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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