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삼성 반도체' 견제..자국 반도체 기업에 8900억원 지원
김현예 기자 2022. 7. 27. 18:06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실탄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대만 TSMC와 손잡고 일본 내에 공장 건설을 유치했었는데요. 이번엔 자국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가 대상입니다.
■ 키옥시아에 8900억 원 투입…잇단 거금 지원, 왜
키옥시아는 일본 전자 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시바에서 메모리 사업을 떼낸 회사입니다. 옛 이름이 도시바메모리였는데, 도시바 경영이 악화하면서 현재 회사로 독립했습니다. 도시바는 플래시 메모리를 최초로 상용화한 원조 격인 회사이기도 합니다. '플래시'라는 이름도 카메라 플래시처럼 데이터를 빠르게 지우고 입힐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삼성전자가 이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으로서는 속 쓰린 이야기일 겁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여러 산업에서 빨간불이 들어오자, 일본 정부는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섭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도록 하는 대신에 일본 정부가 투자금의 절반인 4천760억 엔을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우리 돈 4조 5천600억 원에 달하는 돈입니다. TSMC가 지원금을 받는 대신 일본 기업들에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라는 유인책도 달았습니다.
■ 일본 '경제안보법'에 반도체 포함해 지원
TSMC에 이어 키옥시아에 대한 지원도 같은 맥락으로 이뤄졌습니다. 일본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키옥시아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손잡고 미에현 욧카이치시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두 회사의 투자금은 약 2천788억 엔(우리 돈 약 2조 6천700억 원)입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플래시메모리(3D 낸드플래시)를 이곳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인데, 정부 지원금(929억엔)이 전체 투자금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1위는 삼성전자고, 2위가 바로 키옥시아인 점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지원 사격으로 시장 변화를 노려볼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부 지원을 받은 이 공장은 내년 2월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이번 지원은 '경제안보법'을 토대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4월 만들어진 이 법에는 반도체를 국가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 자동차 생산이나 전자제품 생산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건데요.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한 겁니다.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은 이번 지원 결정에 대해서 “반도체의 안정적인 생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국가 간 경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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