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출신 압박하는 정부..'편중인사' 손볼듯

박형윤 기자 2022. 7. 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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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난' 일단락..개혁 속도
'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 철회
정부 내달 제도발전위원회 발족
초대 경찰국장 인선이 '시금석'
요직 독식 경찰대 개혁도 관심사
충남 아산시 황산리에 위치한 경찰대 본관 모습. 아산=연합뉴스
[서울경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기 위해 30일 열릴 예정이던 전체 경찰회의가 취소되면서 사상 초유의 ‘경찰의 난’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경찰 반발이 수그러들면서 경찰대 편중 인사 개선과 같은 정부의 개혁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이뤄질 신임 경찰국장 인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경찰대 개혁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체 경찰회의 개최를 주도했던 김성종 서울광진경찰서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해결 방법이 없어진 현실에서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회의 개최를 철회했다. 그러면서 김 경감은 “지금까지 14만 동료 경찰들의 피땀 흘린 노력들로 국민·국회·사회는 경찰국 설치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추잡스럽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보복 행위이자 권력 남용 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했다”면서 “국회가 이러한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지구대·파출소장 회의를 주도한 유근창 경감이 “소규모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경찰의 집단행동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전체 경찰회의가 무산된 것은 정부가 전날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안을 통과시키면서 경찰국 신설을 위한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강도 높은 비판과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찰 내부에서는 “말단 직원들의 고충에 관심이 없었던 간부급 경찰들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며 “일선 경찰들은 민원 처리하기 바빠 관심도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다음 달 2일 경찰국을 출범시키는 동시에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발족해 경찰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경찰대 출신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간부급 인사부터 손을 볼 것으로 보인다. 최근 4년간 경무관 입직 경로별 현황에 따르면 순경 등 일반 출신 비중은 3.6%에 그친 반면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비중은 68.8%에 달한다. 전체 경찰 인력의 3%에 불과한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 대다수를 차지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경무관 인사에서 20% 이상을 순경 출신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행안부 경찰국장 인선은 경찰대의 힘을 빼려는 정부 방침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국장은 치안감이 맡는데 현재 경찰 내 치안감 34명 중 25명(73.5%)이 경찰대 출신이다. 치안감 4명 중 3명이 경찰대 출신인 상황에서 비경찰대 출신을 경찰국장에 앉힐 경우 경찰 인사 개혁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은 “경찰대가 됐든 간부 후보생이 됐든 고시 출신이 됐든 구별을 두지 않고 어느 분이 적합한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경찰대 개혁도 관심사다. 경찰대 출신이 고위 간부를 독식하는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인해 과거 정부에서도 개혁 방안이 추진된 바 있다. 학비, 군 면제 혜택이 폐지되고 편입학도 허용됐다. 내년부터는 일반 경찰도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경찰대 출신이 요직을 독차지하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이번 경찰국 신설 반대에 경찰대 출신들이 앞장서면서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일각에서는 경찰대가 고급 국세 행정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가 폐교된 세무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성 쌍둥이’로 불릴 만큼 유사한 성격을 지닌 경찰대와 세무대는 우수 인재 양성을 통해 조직 발전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요인과 함께 내부 갈등을 유발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한 경찰 관계자는 “1980년대 초 부족했던 경찰 고급 간부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경찰대가 목표를 달성했다면 폐지해도 되겠지만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면서 “관건은 입직 경로에 따라 특혜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헌신에 따라 공평한 승진·보직 기회가 주어지는 인사의 공정성”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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